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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관계' 정의부터…대선공약 오른 '데이트폭력처벌법'

'교제관계' 판단할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반의사불벌죄 조항 빼고 피해자보호 확실히"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022-01-16 07:00 송고
1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한 A씨 모습© 뉴스1
1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한 A씨 모습© 뉴스1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트폭력의 예방과 처벌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함꼐 마음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고(故) 황예진씨 유족의 말이다. 황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A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연인관계이거나 과거 교제했던 사이에서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데이트폭력을 별도의 범죄로 다루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황씨의 이름을 딴 '황예진법'(데이트폭력 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대통령 선거에서도 의제가 됐다. 

◇'교제관계' 정의, 해외 가이드라인 참고해야
'친밀한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데이트 폭력을 별도의 범죄로 처벌하고 방지하자는 법이 20대, 21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데이트폭력 처벌법 관련 쟁점 중 하나는 해당 법률이 데이트폭력으로 규정하는 '교제관계'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데이트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검토보고서에는 "'교제관계'에 있거나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교제관계를 인정할 만한 주관적 의사, 지속적인 만남 등의 실체와 같은 기준을 우선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해외에 갖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두 사람이 로맨틱한 관계임은 주고받은 대화, 주변 사람들의 증언, 약속 등 굉장히 많다"며 "많은 국가들이 친밀한 관계를 정의하는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입법을 망설이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대젠더법학에 실린 '데이트폭력범죄에 대한 입법적 대응방안'(2017)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관계의 지속기간, 관계의 성격, 관련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빈도 등 필수적 요소를 법에 명시해 데이트관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앨라배마 주에서는 데이트관계를 "일정기간 이상 지속된, 애정 또는 성적 관계에 대한 기대로 특정되는 로맨틱하거나 친밀한 성질의 특별한 관계"로 정의해 가벼운 관계나 거래관계, 보호명령을 신청하기 12개월 전에 종료된 관계는 데이트관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데이트폭력처벌법도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제정 논의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얼마나 만난 사이를 기준으로 하는지, 사이버상에서 채팅으로 만난 경우도 포함되는지 등 처벌 대상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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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빼고 '가해자 처벌' 확실해야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 처벌법이 실효성 있으려면 '가해자 처벌'을 확실히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 조사관은 "데이트폭력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는 가정폭력처벌법과 유사한 형태의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률에는 처벌의사를 피해자에게 묻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두 사람 사이의 친밀성을 이유로 폭력 위험을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 역시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괴롭히고 협박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며 "수사기관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피해자에게는 고통을 주는 식의 반불벌의사죄는 빠져야 실효성이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호조치를 강력하게 해야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1994년 여성폭력대응법을 제정해 데이트폭력에 대응하도록 했는데 이중 눈에 띄는 점은 '의무체포' 조항이다. 데이트폭력 신고가 들어오고 피해자가 신체적 피해 등을 입었다면 경찰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영장없이도 가해자를 반드시 체포하도록 하는 것이다.

허 조사관은 "단순 경고조치,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피해자 안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게 수십년간의 경험"이라며 "지금의 법률과는 한단계 도약해 가해자 처벌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조사관은 또 '데이트폭력'이 아닌 더 많은 관계의 폭력을 아우르는 명칭의 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데이트라는 표현은 청년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데 중장년 층에서도 폭력범죄가 많다"며 "비혼, 결별 후 관계 등 '데이트'의 정의에 들어가지 않는 관계들도 아우를 수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법' 등으로 제정하는 것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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