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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보상금에 '정신적 피해' 빠진 이유는?

[5·18 정신적 손해배상②] 구 5·18민주화보상법의 한계와 대응방향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이수민 기자 | 2021-11-13 10:00 송고
편집자주 '80년 5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40여년이 흘렀으나 피해자들은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 모를 질병과 트라우마,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자살한 피해자들도 많다. 최근 이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1광주전남본부는 5·18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정신적 손해 배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점검한다.
80년 5월당시 계엄군에 연행되는 시민군 자료 사진./뉴스1 © News1
80년 5월당시 계엄군에 연행되는 시민군 자료 사진./뉴스1 © News1

'사망 및 행불자, 생활지원금 7000만원 위로금 2100만원 일괄 지급.'
'상이자, 생활지원금 30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6단계 차감 지급, 위로금 450만원부터 1950만원까지 4단계 차감 지급.'
'기타 상이 1급, 생활지원금 1000만원, 위로금 200만원, 2급 생활지원비 700만원, 위로금 100만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지급 기준이다.

국가는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하거나 공헌한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겠다며 '민주유공자'로 지정하고 보상했다.

하지만 이 모든 법안에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인 손해배상'은 제외됐다. '정신적 손해'의 기준이 모호했고 당시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공감과 인지가 부족했던 탓이다.

최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판결과 지적이 잇따르면서 법률 재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피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련된 법률은 지난 1990년 8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처음 제정·시행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2002년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 유공자'로 지정됐다.

이들은 혜택으로 대통령 명의의 유공자 증서와 사망시 예우, 국립묘지 안장 등을 약속받았다. 교육지원·취업지원·의료지원·대부지원 등도 받았다.

2006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볍률'로 변경됐고 이후 수차례 개정돼 7차까지 위로금과 생활지원금 등 보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정신적 손해 배상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률 제정 당시 5공 세력들의 집권 하에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진상규명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희생'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중심을 뒀기 때문이다.

특히 5·18보상법은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해 국가를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일시적인 보상금만 받았고 이후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배상은 받을 수 없었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8년이다.

피해자들은 이전 5·18 보상법이 피해자의 희생과 공헌 정도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4·19 등 다른 국가유공자와의 형평에 맞지 않다고 봤다.

이미 지급된 보상금 결정에 정신적 보상금이 있으니 배상금을 감액 지급한다는 점도 모순적이고 배상금 지급 이후의 고통에 대한 배상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연좌제 피해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당한 배상은 인정도 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희생자 가족들까지 요시찰과 자택 방문, 낙인 등으로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2018년 12월13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군 수사관 등의 가혹행위 등 위법한 직무대행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 등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3년여 소송 끝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의 행사까지 금지한 것은 국가배상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0년 만에 피해자들이 정신적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5·18구속부상자회는 피해자들의 손해 배상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26일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구체적 피해사실 입증 서류를 제출받는다.

이들은 피해자를 유형별로 총 9항목(희생자·유족 등)으로 구분하고 피해 정도에 따른 등급, 후유증 등을 심층 분석해 적정 배상수준을 책정할 방침이다.

단체는 5·18피해자들의 열악한 생활 수준에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체 관계자는 "일시적 지원보다는 생애 국가연금 방식을 채택해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뒤늦게나마 보상해야 한다"며 "피해배상 소멸시효 기간에 관련해 현행 부여받은 등급에 만족하지 못한 희생자와 미신청 희생자를 대상으로 법을 개정하고 이번 기회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 마무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느 덧 불혹의 나이를 넘긴 5·18민주화운동. 시대가 변화한 만큼 그에 맞는 변화된 보상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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