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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학’ 선택과목 격차 더 커질 듯…재수생 참전에 '수포' 영향도

확통·미적분 최고 표점 예측치 최대 8점차…6월 모평선 4점
"난도 조절로 격차 해소 어려워…상위권 문과생은 대입 불리"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2021-09-03 06:00 송고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9월 모의평가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9월 모의평가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을 앞두고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한 올해 마지막 모의고사인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영역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약대 학부 모집 부활 등 영향으로 이과 상위권 재수생·반수생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는 데다 수학에서 이과생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문과생 가운데 대입을 앞두고 '수포'(수학 포기)를 선택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9월 모의평가 수학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최대 8점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평가원 주관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경우 142점, 미적분을 고른 경우 146점으로 4점의 격차가 있었는데 이보다 더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업체별로 보면 대성학원은 9월 모의평가에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미적분을 선택한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을 148점으로 예측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도 표준점수 최고점을 확률과통계는 139점, 미적분은 147점으로 예측해 마찬가지로 8점의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카이에듀의 경우 미적분 선택 수험생과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의 최고 표준점수 격차를 5점으로 예상했고 이투스교육과 진학사는 4점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수학 선택과목의 경우 문과생은 확률과통계를, 이과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똑같이 만점을 받아도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면 표준점수에서 4~8점의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학 선택과목간 격차가 6월 모의평가 대비 9월 모의평가에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졸업생 응시자 증가와 인문계열 수험생의 수학 포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9월 모의평가 응시자는 지난해 48만7347명에서 올해 51만7234명으로 2만9887명 증가했다. 재학생만 놓고 보면 40만9287명에서 40만8042명으로 1245명 줄었지만 졸업생은 같은 기간 7만8060명에서 10만9192명으로 3만1132명(39.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9월 모의평가 응시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허수 지원'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전국 37개 약대가 2022학년도 대입부터 학부에서 다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입 환경 변화에 따른 재도전 수요도 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백신 접종을 노린 허수지원을 제외해도 최소한 2만명 정도는 대입 재도전을 위한 실제 수험생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약대 학부 선발 부활과 수능 개편에 따른 유리함을 노리고 이과 재수생·반수생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여 이에 따라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오는 11월18일 수능까지 8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과생이 이과생에 비해 열세인 수학을 포기하고 국어나 영어, 탐구 등 다른 과목에 집중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학교 현장에서는 그간 문·이과 통합 수능 시행에 따라 수학 1등급 수험생 가운데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경우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은 전체의 4.3%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해 열세인 수학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수험생이 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소속 백상민 경북 경산 문명고 교사는 "작년 같으면 수학에서 1~2등급을 받았을 문과생이 올해는 3등급 이하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문과생의 경우 수학은 수시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과목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표준점수는 선택과목별 공통점수 평균 점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문과생 가운데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늘면서 평균 점수가 더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 교사는 이어 "공통과목 난도를 낮춰도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이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 수험생보다 점수가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고 반대로 난도를 높여도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이 더 고전할 수 있다"며 "선택과목별 표준점수에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수학을 좋아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과생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말하지만 엄연히 선택과목에 따라 분리된 시험을 치르는데도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교육당국이 무책임한 것"이라며 "본 수능에서는 졸업생 참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의 수학 포기 비율도 커질 수밖에 없어 상위권 문과생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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