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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학대 당하다 결국"…제주 중학생 피살 시골마을 '침통'

폭언·폭행에 '흉기 협박'까지…상습 아동학대 정황
학교도 "수사상황 보며 학생 심리 상담·치료 지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21-07-20 06:26 송고 | 2021-07-20 15:25 최종수정
1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시골마을 어귀 정자에서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2021.7.20/뉴스1© 뉴스1
1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시골마을 어귀 정자에서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2021.7.20/뉴스1© 뉴스1

1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시골마을 어귀.

돌담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오던 한 중학생이 이내 발걸음을 멈추더니 어느 한 주택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신과 초·중학교를 함께 다니며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 A군(16)이 하루 전날 어머니의 옛 연인 B씨와 그 지인으로부터 억울하게 살해당한 곳이었다. A군에게 있어 B씨는 한때 함께 살았던 사실상 새 아버지였기 때문에 친구의 충격은 더 커 보였다.

어렵게 말문을 연 이 중학생은 "A가 살해당하기 전까지 새 아버지에게 온갖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B씨가 A군을 상대로 '엄마가 우는 건 다 네 탓이다', '쓸모 없는 XX' 등의 욕설·폭언을 했을 뿐 아니라 목을 조르는 등 마구잡이로 폭행해 다치게 하고, 심지어는 '죽여 버리겠다'면서 흉기를 들고 집에 찾아와 협박까지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 중학생은 "올 들어 두세 번 가출까지 했었던 A가 지쳤는지 '이제 독립하겠다'면서 같이 초밥집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해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말끝을 흐리며 "범인들이 꼭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뒤이어 또 다른 중학생도 A군의 집을 찾았다. 두 살 차이의 동네 동생이라고 했다.

이 중학생도 "그 아저씨가 술만 마시면 A형과 A형 어머니를 때리면서 그렇게 행패를 부린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 이런 살인사건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A형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19일 오후 제주 중학생 살해사건 현장인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CCTV가 설치돼 있다.2021.7.20/뉴스1© 뉴스1
19일 오후 제주 중학생 살해사건 현장인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CCTV가 설치돼 있다.2021.7.20/뉴스1© 뉴스1

A군의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한 70대 주민은 "B씨가 자꾸 '죽여 버리겠다'고 모자를 위협해서 집에 CCTV까지 설치된 걸로 안다"면서 "이후로 경찰차도 자주 보이고 그랬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고 혀를 찼다.

실제 A군의 어머니는 이달 초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었다. 이에 경찰은 A군의 집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했지만 끝내 이번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바닷가 옆 정자에서 수시로 담소를 나누던 동네 어른들도 크게 안타까워했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A군 할머니의 동창이라던 한 80대 주민은 "예쁘게 웃고, 인사성도 바르고… 세상에 그 아이만큼 착한 아이가 또 어디 있다고 그렇게 (하늘로) 보내느냐"면서 "하늘에서 할머니도 울고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다른 한 70대 주민은 "그 해맑은 애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A군이 재학 중이던 학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이 학교 관계자는 "19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돼 애로사항은 있지만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학생 심리 상담·치료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B씨는 지인 C씨와 공모해 옛 연인의 아들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밤 귀가한 A군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군 시신에 남은 타살 흔적과 당일 오후 3시쯤 A군 혼자 있는 집에 B씨, C씨가 드나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으로 두 사람을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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