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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100%' 국산 수제맥주 시대…7년 연구 끝에 국산 맥아 공급 본격화

2015년부터 본격 개발…군산대·농촌진흥청 도움받아
연간 250톤 생산가능…위스키업체와도 접촉 중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21-05-20 07:20 송고
제3회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에 참가한 군산시 관계자가 군산 맥아로 만든 맥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제3회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에 참가한 군산시 관계자가 군산 맥아로 만든 맥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스나 테라, 각종 수제맥주 모두 국산 맥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절반만 맞는 얘기다. 국내 내 생산시설에서 생산됐지만 맥주 원재료인 맥아는 대부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국산 맥아를 사용한 진짜 100% 국산 맥주를 손쉽게 맛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 최대 보리 산지 중 한 곳인 군산이 약 7년간의 연구 끝에 국산 보리로 만든 맥아 공급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에서 지난 18일 만난 군산시청 이선우 먹거리정책과 주무관은 "국내 최대 보리산지에서, 이제 '한국맥주' 중심지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시음이 제한돼 깔끔한 맛의 '군산 맥아(몰트) 맥주'를 마음껏 선보이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신토불이 맥아'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군산이 맥주 원재료 개발에 나선 건 2015년부터다. 앞서 2013년께 지역 특산물 보리를 활용해 맥주체험학습 등을 운영하던 걸 확장시킨 것. 군산시는 앞선 1990년대부터 보리 관련 축제(꽁당보리축제)를 열고, 보리로 만든 막걸리 '맥걸리'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트렌드한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발맞추기 위해 맥아 및 보리맥주 산업화에 나서게 됐다. 시와 군산대, 군산 보리생산자 등이 손을 잡았고, 약 7년의 노력 끝에 상업용 맥아를 출시, 전국 수제맥주 양조장 납품에 이르렀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맥아는 맥주보리의 싹을 틔어 건조시킨 것이다. 단순히 보리 질이 좋다고 좋은 맥아가 되지 않는다. 이 주무관은 "기존 빽빽하게 파종해서 많은 수확량만 바라던 것을 품질 높은 보리로 기르기 위해 농가 교육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건조 등을 위한 전문장비는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들여왔다. 1년 6개월여에 걸쳐 기계들을 설치했고, 독일어로 된 안내서를 하나씩 공부했다. 다만 독일식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한 건 아니다. 군산 보리 특성에 맞는 건조방법 등을 세팅하기 위해 수십번 시도를 거쳤다.

군산시는 이후 농촌진흥청이 개발·품종보호등록 출원한 보리 중 광맥, 다이아, 흑호 3종류 집중 육성했다. 이중 기후와 출하량 등을 고려, 광맥을 라거용과 에일용으로 발전시켰다. 라거용과 에일용은 건조할 때 온도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맛을 차별화했다. 

군산시가 보리에서부터 군산 맥아가 제조되는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군산시가 보리에서부터 군산 맥아가 제조되는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지난해엔 맥아 제조·포장시설 약 1000㎡를 갖췄다. 국비 20억원과 도비 3억5000만원, 시비 20억원 등 45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1년 250톤 맥아 생산이 가능하다. 군산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내놓은 '지역특산 군산맥아 및 수제맥주 산업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이 사용 중인 맥아량은 연간 3740톤. 현재 군산맥아 생산량은 전체 6.68% 가량인 셈이다.

이 주무관은 "수요가 늘면서 생산시설을 최대로 늘린다면 최대 생산가능량은 2000톤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50%에 군산 맥아를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이를 위해 최대 500ha(500만㎡) 보리재배지를 준비 중이다.

가격 문제는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수입산 맥아에 비해 군산 맥아가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자란 보리로 만든 맥아로 맥주를 만든다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KIBEX엔 군산 맥아를 사용한 맥주 7종이 전시됐다. 강원 속초 크래프트루트 '대포항 스타우트'를 시작으로 △강릉 버드나무브루어리 '미노리 세션' △인천맥주 '구라파(유럽)의 연인' △부산 갈매기브루잉 군산 IPA' △울산 트레비어 '트레비어 우리라거' △화수브루어리 '코리안 라거' △서울 비어바나 'K-IPA' 등이다. 

군산시는 맥주 박람회 중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서 맥주를 생산한 수제맥주 양조장 외 3~5군데와도 추가 접촉 중이다. 국내 위스키 생산업체와도 교섭 중이다. 이 주무관은 "맥주산업은 '농산물 산업'이다. 우리 땅에서 나온 질 좋은 맥아로 만든 맥주가 인기를 끌어서 농업도 함께 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군산맥아 © 뉴스1 황덕현 기자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군산맥아 © 뉴스1 황덕현 기자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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