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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수능' 수학 때문에 '문과 상위권' 1등급 밀릴수도

문과생 이과생에 밀려 등급 하락 전망…최저 미충족 우려도
"공통과목 고득점 받는 것이 현실적 방법"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1-04-03 09:02 송고
지난달 25일 경기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치러지고 있다./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지난달 25일 경기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치러지고 있다./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입시전문가들은 점수 조정 작업을 하더라도 수학에서 소위 문과생이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 수능에서 수학영역은 선택과목에 따라 공통과목 점수에 차이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존 문·이과 기준에 따라 선택과목 선택 양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부터는 국어영역과 수학에서도 선택과목이 도입된다. 수학에서는 수험생들이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골라 공통과목과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된다.

입시업계에서는 대체로 문과생은 확률과통계, 이과생은 미적분·기하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에서도 자연계열 학과에서는 필수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꼽는다.

성적 산출방식도 달라진다. 기존 수능에서는 수학 가형과 나형을 나눠서 각각 표준점수와 등급을 매겼다. 올해부터는 통합형 취지에 맞춰 선택과목이 다르더라도 표준점수와 동급을 다 같이 매긴다.
이과생과 함께 경쟁하면서 입시업계에서는 확률과통계를 선택할 문과 상위권에서 이전보다 1등급 정도 뒤로 밀린 성적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공통과목 난이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문과생은 종전보다 수학 등급이 0.5~1등급가량 낮게, 반대로 이과생은 0.5~1등급가량 높게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오 평가이사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과 선택자와 이과 선택자의 공통과목 득점 차이로 문과 학생들은 이전과 비교해 1등급 비율이 4%에서 절반 정도인 2% 이내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막기 위해 표준점수 산출 방식에 조정 과정을 뒀다.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해 선택과목 점수를 조정한 후 최종 표준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특정 선택과목에서 수험생들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가 다른 선택과목 응시생과 비교해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 공통과목 22문항를 잘 치른 학생이 많은 선택과목 집단이 유리한 셈이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종 표준점수 산출방법.(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뉴스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종 표준점수 산출방법.(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뉴스1

수학은 문과생들이 대체로 선택하는 확률과통계보다 이과생들이 주로 택하는 미적분이나 기하에서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큰 만큼 최종 표준점수도 이과생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공통과목은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면서 "공통과목 성적이 높으면 이과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과생 사이에서 등급하락 전망이 제기되면서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충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과생들이 피해를 엄청 볼 수 있다"며 "수능최저학력기준도 못 맞출 수 있다"고 봤다.

이과생들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문과생에 비해 높은 성적을 거둘 경우 진학 학과도 인문계로 틀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 대표는 "문과 상위권에서는 대학 지원에서도 불리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학이 문과와 이과 사이 유불리를 조정하기 위해 별도 조정점수를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과생이 인문계 학과에 쏠리는 것을 막을 장치를 대학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이 최상위 상경계를 지원한다면 대학들이 점수를 깎기 시작할 것"이라며 "문·이과 사이 유불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대학들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문과생들이 학습량이 많은 미적분이나 기하로 갈아타기보다는 공통과목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고득점을 얻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 평가이사는 "공통과목 비중이 큰 만큼 문과생들은 선택과목보다 공통과목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준비해 공통과목에서 고득점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수능에서 점수 산출방법이 변경되면서 수능 이후 수험생들이 대입 전략을 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 표준점수를 받기까지 본인 성적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수능 가채점만으로는 수능 이후 대학별고사 응시와 정시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원점수를 가장 높게 받아 놓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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