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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단계 대신 땜질식 방역, 국민 혼란 가중"…"지금이 최선" 의견도

정기석·김우주 교수 "계속된 추가 지침 헷갈리는 상황, 3단계 격상해야"
전병율 교수 "3단계 상향해도 유행 억제 안되면 그야 말로 패닉"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김태환 기자, 이형진 기자, 서영빈 기자 | 2020-12-24 06:00 송고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의 모습.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의 모습.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대신, 기존 단계에 별도의 방역지침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면서 정작 방역의 주체인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리두기 효과를 보려면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가장 중요한데, 계속된 추가 지침에 혼잡성이 커져 방역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앞서 거리두기를 5개 단계로 정했음에도, 별도로 추가해 가는 방역 조치 내용은 전문가인 나조차도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번 5명 이상 모임 금지는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보다 강한 조치"라면서 "그럼에도 정부가 3단계 격상을 선언하지 않고 추가 지침을 내놓는 것은 오히려 지방자치 공무원들의 경각심과 국민의 긴장감을 늦추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24일 0시부터 전국단위로 5인 이상 모임 취소를 강력히 권고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23일 0시부터 5인 이상 모임을 완전히 금지했다.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인 10인 이상 모임 금지보다 강한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식당에서 5인 이상 모임은 완전히 금지했고, 스키장과 눈썰매장 등 겨울 스포츠시설은 폐쇄했다. 1월 3일 밤 12시까지가 기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3단계 격상 대신 이 같은 현 거리두기 단계 플러스(+) 알파(α) 조치는 결국 방역 빈틈을 메우지 못한 채 국민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한 식당에서 5명 미만씩 식사를 하는 팀이 여러 팀이라면 결국 식당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것인데, 방역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며 "오히려 눈썰매장과 스키장 문을 닫는 것과 형평성도 안맞는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5인 이상 모임금지는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는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3단계로 격상해서 사망자 발생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들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메르스 즉각대응 태스크포스(전담조직) 팀장) 역시 비슷한 지적을 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헷갈리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거리두기 단계 대신 추가 방역 지침들이 나오면서)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것이고, 국민들은 점점 정부의 말을 안 듣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방역지침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5인 이상 만나지 말라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침에 거주지가 같은 5인 이상 가족은 모여도 된다는 조건이 있지만 그 중 1명이 거주지가 다르면 모일 수가 없는 등 예외사항이 너무 많아 국민 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도립병원이나 시립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회취약계층들의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의료체계 비상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면서 코로나19 사망자나 중환자 발생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계산대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12.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계산대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12.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반면, 3단계 만큼은 상당히 큰 피해를 야기해 마지막 보루로 남겨놔야 한다는 반대의 입장도 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3단계를 가동했음에도 유행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피해가 큰 상황에서 단계를 하향 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어 "이미 2.5단계(수도권)만으로도 고통을 겪고 있고, 3단계로 격상하더라도 효과를 보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잠복기인 2주를 기다려야 한다"며 "그 때 동안 모든 일상이 멈추는 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그럼에도 확진자가 줄지 않았을 때의 패닉(공포)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현재로선 확진자를 빨리 찾아서 격리하고 입원시켜 정상 생활권과 차단하는 것이 확진자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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