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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의 입시 리포트] 120일을 뒤집는 74일간의 집중력 싸움

(서울=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2020-09-20 07:00 송고
뉴스1DB © News1 김기태 기자
뉴스1DB © News1 김기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평가정평가원(평가원)이 수능 출제 전 범위를 처음으로 출제하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보는 9월 모의평가가 끝났다. 졸업생이 늘었네 말았네, 쉬웠네 어려웠네 많은 의견이 있다. 모의평가를 분석해 본 후 이를 통해 수시 지원전략을 어찌 세울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출제방향 및 난이도
국어의 난이도는 6월 모의평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상위권 변별력을 감안해 적당히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수능 1등급 표준점수는 131~140점, 총 10개. 등급 표준점수는 125~130점, 총 6개였다. 정시모집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감안하면 수능 난이도는 9월 모의평가 난이도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국어의 출제방향은 지문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문제가 어려웠다. 또한 선택지 자체가 길고 비슷한 표현들로 구성되기도 해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실수하기 쉽다. 예를 들어 16번의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①서술 대상에 대한 독백적 서술을 통해 서술 대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제시되고 있다.
②서술 대상에 대한 회고적 서술을 통해 서술 대상에 대한 성찰적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③서술 대상에 대한 병렬적 서술을 통해 서술 대상에 관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④서술 대상에 대한 묘사적 서술을 통해 서술 대상에 관한 정보가 단계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⑤서술 대상에 대한 요약적 서술을 통해 서술 대상에 관한 정보가 개괄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문제 선택지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어 문항의 배점은 2점, 3점으로 구성돼 있어 2점짜리 문제는 쉽고 3점짜리는 어렵다는 인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9월 모의평가를 포함한 최근 출제경향을 보면 3점짜리 문제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쉽고 2점짜리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았다. 3점짜리 문제가 어렵다고 포기하기보다는 시간 배분을 잘해 3점짜리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은 가형은 6월과 비슷했고 나형은 어려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이기 때문에 출제유형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출제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이 많이 출제됐고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매우 어려운 '킬러 문항'의 난이도가 다소 내려갔고 어려운 준킬러 문제들이 많이 등장했다. 수험생들이 매우 당황했을 것으로 본다. 수학 각 단원별 개념이 잘 잡혀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문제 푸는 스킬에 집중적인 시간을 투자했던 수험생은 학습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다.

수학 가형에서 어려웠던 6문제 중 미적분 문제가 4문제 출제돼 미적분에 대한 개념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학 나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경우 기출문제에 담긴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만 풀어봤다면 좋은 성적을 얻기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능에서 난이도와 출제경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과목이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EBS 직접연계지문은 29·30·31·32·35·36·38번 문항 등이 출제됐고 어법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듣기평가 1·2번 문제가 11번, 12번 문제로 이동해 출제되고 어려운 어법, 어휘, 빈칸추론 문제가 나오기 전에 영어 시험지 3페이지 주제, 제목 문제의 소재와 어휘가 다소 어려워서 당황했을 수도 있다.

31번 문제는 시중 EBS 변형문제를 피해서 출제하다보니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점. 36번은 연계였음에도 난이도가 높았다는 점 등이 9월 모의평가에서 나타난 특이점이다. 대체로 까다로웠다.

◇모의평가 접수생? 응시생? 수능 응시생은 몇 만명?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평가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9월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48만7347명으로, 재학생은 40만9287명이고 졸업생 등 수험생은 7만8060명이다. 이는 모의평가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인원 통계자료다. 모의평가에 원서를 접수만 하고 결시하는 학생의 비율이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의 경우 재학생은 18%, 졸업생은 13%였다.

최근 4개년 6·9월 모의평가, 수능 응시인원 통계로 2021학년도 수능 '응시자'를 추정하면 재학생은 약 30만명, 졸업생은 약 12만명, 총 42만여명으로 예상할 수 있다. 2020학년도 수능 응시인원과 비교하면 재학생은 4만5000여명, 졸업생은 1만6000여명 줄어든 수치다.

대학에 재학 중인 2020학년도 신입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으로 대거 재수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 때문에 바뀐 9월 모의평가 출제방향, 난이도를 고려한다면 재수를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예상한 수치보다 졸업생이 더 많이 응시한다면 대학 재학생 신분으로 아쉬울 것이 없다는 기대감으로 지원한 '허수 지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허수 대학생'들 때문에 재학생의 성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카더라'라는 소문에 재학생들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위축되지 말지어다. 그리고…

흔히 9월 모의평가 성적으로 정시모집 지원 가능 대학을 가늠해 수시모집 지원 대학을 결정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 만족 여부를 따져 '수능최저전형'이 있는 대학 중 어디를 지원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9월 모의평가는 수능 전 범위가 나오는 중요한 시험이라 성적이 안 좋으면 수시 지원대학을 더 내려야 한다고들 말하기도 하며 정시모집에서는 재학생은 졸업생에 비해 수능 성적이 잘 안 나오니 수시에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3 재학생의 수능 학습시간을 따져보자. 고2 겨울방학 때, 보통 수능보다 내신 선행학습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지원자가 많고 내신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3월 개학 후 중간, 기말 2번의 시험을 위해 한 달가량 내신 대비를 하고 여름방학 기간과 수시 원서접수 전까지 수시 지원 대학을 결정하면서 자기소개서 등을 준비한다.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중 3개월은 수능을 준비하지 않는다. 수능 학습이 가능한 최대 시간은 약 120일. 이 칼럼이 나가는 20일 기준, 수능은 74일이 남았다. 여름방학 이전 학습한 시간에 비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4등급 이하 학생들은 EBS 수능완성, 수능특강 등 교재를 차근차근 풀어 개념을 잡아두는 것이 낫다. 급한 마음에 많은 문제집을 풀려고 한다면 개념이 머리에 쌓이지 않고 문제를 푸는 기술만 는다. 과목당 1~2권씩만 풀고 모르는 부분을 최대한 알 때까지 학습하는 것이 낫다.

상위권 학생들에게 제일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개념 중심의 학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려운 정규분포 문제만 풀지말고 정규분포의 정의를 살펴보고 왜 정규분포를 표준정규분포로 바꿔 확률을 계산하는지 등 기본개념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잔 실수가 많다면 생활 패턴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6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 원할한 두뇌 회전을 위한 기상 시간, 아침 식사 등을 체크해 시험 당일에 최선의 컨디션으로 볼 수 있게 몸 상태를 만들어 줘야 한다. 큰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들이 실제 경기와 비슷한 상황에서 정교한 리허설을 준비하는 것처럼.

학생, 학부모들은 대체로 9월 모의평가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수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주변 친구들은 자기소개서가 완성돼 있는 것 같은데 본인 자기소개서는 완성되지 않아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심리 때문에 수시 지원 대학을 급하게 변경하고 학과를 바꾸는 것보다는 학습법을 수정하고 취약한 점 등을 보완하며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불안하면 남들도 불안하다는 생각을 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알아둬야 할 점은, 9월 모의평가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결정론적인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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