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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용 원칙'에도 잇단 자가격리 이탈자들, 왜 그럴까?

심리적 불안감, 법 경시, 해외와 다른 환경 등 영향
전문가들 "심리 지원으로 경각심 고취해야"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2020-04-14 13:52 송고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늘며 이탈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적인 일탈 행위가 공중보건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각심 고취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자가격리자들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응급상황 등 유증상 경우보다 무증상일 경우 격리자들의 경각심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에 증상이 나오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있고, 모니터링 당하고 있다는 것에 심리적으로 못견디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며 "더욱이 보통 사람들은 증상이 없으면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자가격리자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선재·김현창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14일부터 21일까지 수도권 주민 2035명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점수를 조사한 결과, 자가격리자의 PTSD 점수는 24.6점으로 일반인 평균(10.2점)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확진자 평균(13.1점)보다도 높다.
정선재 연세대 예방의학실 교수는 "격리자의 경우 그 자체가 심리적 트라우마로 작용할 뿐 아니라 격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자가격리 이탈자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강력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 사례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 일부 격리자들은 법을 경시하는 형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가격리 하는 사람들이 사실 멀쩡해보여도 무증상 감염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일부에서 일탈 사례가 발생하는 건 법을 경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자가격리자들 이탈 사례는 해외 입국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전날(13일) 송파경찰서는 미국에서 입국한 뒤 자가격리 기간 중 지침을 어기고 사우나와 음식점 등을 돌아다닌 60대 남성에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초구에서도 지난 13일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20대 여성을 경찰에 고발됐다. 서초구가 고발한 확진자는 미국에서 입국할 당시 기내접촉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 구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으나 그 뒤에도 카페와 식당 등을 방문했다. 특히 스타벅스에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뒤에도 매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경우 활동에 제약이 많은 해외보다 한국에서 활동에 대한 유혹이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 서부에서 입국한 유학생 백모씨(31)는 "미국만 해도 편의점이나 마트를 가려면 차를 몰고 나가야 하고, 그게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에 제약이 많다"며 "하지만 한국은 집 앞에도 편의점이 있고, 24시간 문화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밖에 나가고 싶은 유혹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자가격리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함께 심리적 교육 및 지원이 병행을 통해 이탈을 예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격리장소를 벗어나 타인과 접촉했을 때 2차 전파 및 각종 사업장 폐쇄 등 연쇄적으로 미칠 영향을 인지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항에서 자가격리 앱을 깔아주고 지침 안내 용지 나눠주는 것 외에 이를 어겼을 시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사회 전반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공중보건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며 "앱을 통해 감시한다는 풍토보다 깔아야 하는 이유를 인지시키고 행동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자가격리자의 관리 보조 수단으로 지침 위반자에 한해 전자손목밴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의 고삐를 죄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자가격리 앱의 기능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의 동작을 감지하는 기능을 강화해 전화기를 두고 나가는 등의 위반자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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