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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돈보다는 가치…다시 '도전'을 택한 기성용

보다 좋은 금전적 조건 마다하고 스페인 라리가 진출 결정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2-22 05:10 송고
K리그 리턴이 불발된 기성용(31)이 스페인 1부리그 클럽과의 계약 협상 마무리와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2.2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K리그 리턴이 불발된 기성용(31)이 스페인 1부리그 클럽과의 계약 협상 마무리와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2.2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금전적으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들이 있었다. 다른 팀들에 비한다면, 여기는 그것(돈)으로는 좋은 조건이 아니다. 선수가 또 돈을 포기했다(웃음). 두둑하게 주머니 챙겨서 은퇴하고 싶은데...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 일해야 할 것 같다. 이래서 이 선수를 '리스펙트' 할 수밖에 없다."

기성용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C2글로벌 관계자의 푸념이자 자랑이었다. 기성용의 선택은 이번에도 돈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였다.

K리그 유턴이 불발된 기성용이 더 화려한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제 그가 누빌 무대는 스페인이다. 애초 제기됐던 2부리그도 아니다. 1부리그에 속한 클럽과 마지막 사인만 남겨놓고 있다.

기성용이 지난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스페인으로 향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취재진과 마주한 기성용은 "라리가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다.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갔을 때보다 더 설레는 것 같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어 그는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만남, 당연히 기대된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리그이고 현재도 내가 좋아하는 팀들이 스페인에 많다"면서 "빅스타들과 같이 경기한다는 것 자체로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다. 당장 선수 경력뿐만 아니라 은퇴 후 축구 쪽의 일을 계속할 때도 좋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친정 FC서울과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K리그 유턴이 불발된 뒤 기성용은 복수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 거액을 제시한 중동 클럽도 있었고 일상 생활 등 환경적으로 유리한 게 많은 미국 MLS 쪽의 제안도 있었다.

EPL에서 뛸 만큼 뛰었으니,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빅리그 보다는 조금은 편한 곳에서 뛰라는 조언도 많았다. 하지만 기성용의 선택은 다시 '사서 고생'이었다.

관련해 기성용은 "사실 그 조건 때문에 고민이 길었다. 난 이제 가족도 있고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스페인은 어렸을 때부터 너무 동경했던 곳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했기에, 돈을 비롯해 다른 어떤 것보다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선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위에서 고생 많이 했으니 이제 좀 편하게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프로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편하게 경기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 굳은 심지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은 꽤 손해가 있다.

기성용과 함께 스페인으로 출국하던 C2글로벌 관계자는 "과거 대표팀 주장 시절에도 '중국은 가지 않겠다' 선언해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때 중국만 갔어도 그야말로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고 농을 던진 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기성용의 선택은, 돈이 최우선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장난스럽게 투정했으나 사실상 자부심이기도 했다. 관계자는 "저런 모습 때문에 이 선수를 존경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묵직한 박수를 보냈다. 적어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고 또 순수한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이제 난 20대 초반의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가서 내가 어떤 활약을 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 자체로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기간이 짧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훌륭한 리그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고 전했다. 어느덧 서른 줄을 넘어선 나이(31)가 됐으나 아직도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도전을 즐기는 기성용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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