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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남아의 왕'…박항서와 함께 살맛나는 베트남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 60년 만의 SEA게임 우승
부임 후 2년 동안 동남아시아 국가에 패한 적 없어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2-12 10:05 송고
60년 만의 SEA게임 남자축구 우승에 기뻐하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 베트남 국기 사이로 태극기가 함께 펄럭이고 있다. 박항서 효과다. © AFP=뉴스1
60년 만의 SEA게임 남자축구 우승에 기뻐하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 베트남 국기 사이로 태극기가 함께 펄럭이고 있다. 박항서 효과다. © AFP=뉴스1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고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동시에 잡은 것은 지난 2017년 말의 일이다. 그리고 첫 대회가 2018년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었다.

아시아 전체 국가가 참가하는 대회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8강과 4강에서 강호 이라크와 카타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베트남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에서도 연장접전 끝에 1-2로 석패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우즈벡은 준결승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한 전력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박 감독에게 2018년의 계획을 묻자 연말에 열리는 '스즈키컵'을 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내부에선 8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보다 11월에 있는 스즈키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즈키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 베트남 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을 영입한 목적은 자신들의 '노는 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이 1순위였다. 동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강호들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이나 아시안게임 등은 감히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라이벌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는 꼭 꺾고 싶었다. 어떤 나라든 '인접'한 국가들과는 묘한 관계가 형성되는 법이다.

그렇게 스즈키컵을 바라보고 팀을 조련했는데 그 전에 사고를 쳤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은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1-0으로 꺾는 등 3전 전승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른 베트남은 16강에서 바레인, 8강에서 시리아를 꺾고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박항서 매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할 때다.

그리고 그해 12월 박항서 감독은 약속대로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결승에서 말레이시아를 만나 합계 3-2(2-2, 1-0)로 꺾고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동남아시아 패권을 손에 넣었다. 이때부터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가히 신드롬급이었다.

이후 한국을 찾은 박항서 감독에게 2019년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이냐 묻자 그는 다시 '동남아시아 대회'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A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시작되는 해이지만 그는 연말에 열리는 동남아시안(SEA)게임을 언급했다.

박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이 베트남에서는 꽤 중요하다. '동남아시아의 올림픽'이라고 보면 된다. U-22팀이 나갈 것 같은데, 아직 베트남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대회"라면서 "A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이 11월까지 이어져 일정이 겹친다. 스케줄이 빡빡해서 어떻게 하면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우는 소리를 했으나 너끈히 해결했다.

일단 월드컵 예선은 순항 중이다. UAE를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월드컵 2차예선 G조에 속한 베트남은 5차전까지 치른 현재 3승2무 무패 승점 11점으로 조 선두에 올라 있다. 아직 3경기가 더 남아 있으나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이 꽤 높은 상황이다. 이런 성과와 함께 또 약속을 지켰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의 승승장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 뉴스1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의 승승장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 뉴스1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19 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60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동남아시안게임은 종합스포츠대회로, 축구계만의 쾌거를 넘어서는 국가적인 경사였다.

실패 없이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스즈키컵 6승2무 우승, SEA게임 6승1무 우승 등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베트남 축구사가 박항서 감독과 함께 계속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베트남이 AFC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것은 2007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였다. 베트남 U-23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서 4강에 진출한 것 역시 2번 있는데 처음은 지난 1962년의 일이고 두 번째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앞서 소개했듯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 우승도 2회인데 처음은 2008년이었고 두 번째가 지난해 12월이었다.

베트남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던 2번의 이정표가 모두 박항서 감독 체제에서 거둔 성과다. 그리고 60년 만에 성취한 SEA게임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살맛나는 세상이 열렸다. 이런 흐름이라면, 동남아시아라는 무대도 작은 우물이 될 수 있는 베트남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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