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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고령 치매환자에 DLF 판매' 손실 80% 배상…역대 최고(종합)

손실률 0% 강조, PB도 내용 몰라…배상비율 40~80%
정기예금 선호 고객에 DLF 팔자…내부통제 부실 '심각'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김도엽 기자 | 2019-12-05 17:11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A은행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 치매환자에게 '초고위험상품'인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를 불완전판매했다. 투자자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임의작성했을 뿐 아니라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를 설명하지 않고 고객이 서명하도록 했다. 고령자에게 고위험상품을 판매할 때는 필수로 해야 하는 가족 등 확인 절차도 이행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A은행에게 역대 분쟁조정 사례 중 최고 수준인 고객 손실의 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B은행은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한 고객에게 DLF를 권유해 놓고, 기초자산(영국·미국 CMS)을 잘못 설명했다. 은행 직원은 "미국금리가 40% 하락하지 않으면 상품이 조기에 상환된다"고 설명했으나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은 '미국 금리'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 통화의 이자율 스와프 금리(CMS)로 구성됐다. 분조위는 B은행의 배상비율을 65%로 책정했다.
금감원은 5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은행들의 DLF 투자손실(6명)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까지 276건의 분쟁조정을 신청받았고, 만기상환·중도환매로 손실이 확정된 210건이 분쟁조정 대상이다. 이중 불완전판매 사실이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 6건에 대해 법률자문을 거쳐 분조위 안건으로 상정했다.

◇금융취약계층에 불완전판매 '괘씸죄'…역대최고 배상비율

분조위는 부의된 6건을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하고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같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배상비율 30%를 적용했다. 은행들은 '손실 감내 수준' 등 투자자 정보를 먼저 확인한 뒤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지 않고, DLF 가입이 결정되면 은행 직원이 서류상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 등으로 임의작성했다(적합성원칙 위반). 또 초고위험상품인 DLF를 권유하면서도 '손실확률 0%', '안전한 상품' 등만 강조할 뿐,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설명의무 위반).
또 은행 본점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20%)을 배상비율에 반영하고, '초고위험상품 특성'(5%)도 고려해 25%를 가산했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설명을 소홀히 하는 등 가중사유와 고객이 금융투자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등 감경사유를 고려해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A은행의 경우 △투자경험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80%) △투자경험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 강조(75%)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없이 안전성만 강조(40%) 등으로 결정됐다. B은행은 △예금상품 요청 고객에게 기초자산(英·美 CMS)을 잘못 설명(65%) △CMS(기초자산)를 잘못 이해한 것을 알고도 설명없이 판매(55%)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없이 초고위험상품 권유(40%) 등이다.

6건을 제외한 나머지 조정대상은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김상대 분쟁조정2국장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투자자 과실요소를 반영해도 하한은 20%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상 기준을 은행에 안내할 예정이고, 은행이 배상기준을 받으면 각 고객에게 안내할 계획이다"라며 "고객은 본인이 해당하는 유형과 배상비율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상비율 수준에 불만이 있는 고객은 다시 분쟁조정을 신청해 절차를 밟으면 된다.

◇믿지 못할 은행, "정기예금 선호 고객에게 DLF 팔자"

DLF를 판매한 은행들의 내부통제 부실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들 은행은 '예금자 보호' 대신 수익률을 좇았다. A은행은 상품선정위원회에서 구두로 반대의견을 밝힌 위원은 상품 담당자와 친분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의견을 받고,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한 경우 찬성으로 임의기재했다.

또 운용사의 테스트 결과(손실확률 0%)를 자체적으로 점검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내부 실무자가 '기초자산 가격이 과거 0.79%p까지 하락한 사례가 있고, 원금 100% 손실이 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검토·보완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

지난 3월에 계열회사 금융경영연구소가 기초자산이 되는 금리의 하락을 예측했는데도 교육자료에는 '손실확률 0%' 등 긍정적 내용만 강조했다. 그룹차원의 자산관리 수수료수익 목표치를 매년 확대(2017년 990억원, 2018년 1950억원, 2019년 2344억원)하고, 금리연계 DLF를 선취수수료 '2·3모작 상품'(만기가 짧아 연간 수수료 2~3번 수취)으로 강조해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B은행도 상품위원회 승인 없이 DLF를 출시하는 것은 물론 초고위험상품 목표고객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으로 정하고 판매했다. 이 은행은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정기예금 고객들이 경쟁력 있는 확정금리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판매 포인트'로 삼아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홍보했다. 실제 B은행 DLF 고객의 고령자(65세 이상) 비율은 59.6%에 달했다(A은행 27.7%).

B은행은 분조위의 사실 조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부인을 유도하는 PB 법률상담용 자료(111개 Q&A)를 작성해 활용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는 PB에게 1차적으로 "그런 적 없다" 또는 "기억 없다" 취지의 부인 답변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담겼다. 심지어 두 차례 실시한 은행 자체조사에서 불완전판매로 확인된 건에 대해서도, 금감원에 불완전판매를 부인하는 내용의 사실조사 답변서를 제출했다.

김 국장은 "합동 조사와 민원 조사를 같이 했는데, 상품 출시에서 판매까지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발견됐다'며 "PB들이 상품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불완전판매가 전국에서 일어난 점을 가중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들이 완전판매 관행을 세우고 투자자 보호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은행이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수락하는 경우 성립한다.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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