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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쫒는다'며 식용 소다 먹여 20대 女 숨지게 한 승려·무속인 실형

구토하며 고통 호소해도 "귀신 나오는 것" 주장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2019-12-05 16:35 송고
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News1
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News1

'몸에 들어온 귀신을 쫓는다'며 20대 여성에게 식용 소다를 다량 먹여 중독 증세로 숨지게 한 승려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5일 학대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과 2년을 각각 선고받은 승려 A씨(60)와 무속인 B씨(57·여)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평소 알고지내던 B씨의 소개로 온 C씨(54·여)로부터 "우리 딸에게 빙의가 왔다. 살려달라"는 말을 듣고 "귀신이 당신 딸의 몸 속에 붙었다. 쫓아내야 된다"고 말한 후 빙의치료를 제안했다.

이들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A씨가 주지로 있는 사찰 법당에서 매일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 D씨(23)의 가슴과 배, 등 부위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누르는 빙의치료를 했다. 심지어 친모인 C씨 역시 사혈 침과 부황기를 이용해 강제로 딸의 피를 뽑기도 했다.

이 같은 처치에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A씨 등은 몸 속 귀신을 나가게 해야 한다며 물에 탄 식용 소다를 강제로 먹였다. D씨는 식용 소다를 섭취할 때마다 여러 차례 구토를 하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A씨는 구토가 귀신을 토해내는 것이라며 빙의치료를 지속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D씨가 빙의치료로 극심한 체력 저하와 고통을 호소하며 식용 소다 먹기를 거부하자 이들은 합심해 D씨의 양손과 양팔, 머리 등을 제압한 뒤 강제로 먹였다.

D씨는 결국 같은 달 8일 오후 6시쯤 '소다 과다 섭취에 따른 탄산수소나트륨 중독'으로 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 증상을 낫게 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음에도 종교 행위로 불법적·비합리적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했고 결국 사망하게 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위험성의 한계를 넘어선 행위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에게도 심대한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고 승려와 무속인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어머니 C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 후 A씨와 B씨는 "빙의치료를 위해 D씨에게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이나 별도로 D씨를 구타하거나 상처를 입힌 적이 없다"며 항소했다. C씨는 판결 이후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와 B씨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식용 소다를 먹였으며, 그로 인해 D씨가 숨질 위험성이 있다고 인식하거나 그 위험성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인이 대량의 탄산수소나트륨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빙의치료를 시행했고, 이후 D씨가 식용 소다를 먹을 때마다 구토를 여러 차례 하는 등 섭취를 거부함에도 강제로 먹게 했다"며 "또 D씨가 의식을 잃은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 등의 양형부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심 판결 이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고 기각했다.


che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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