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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투서는 어떻게 '靑 하명수사 의혹' 첩보가 됐나

靑 경찰에 첩보 이첩부터 특감반원 사망까지 의혹 총정리
첩보 제보자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특정되며 의혹 증폭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9-12-05 06:00 송고 | 2019-12-05 09:33 최종수정
[자료] 청와대 전경
[자료] 청와대 전경

경찰이 청와대의 '하명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한 건설업자의 투서로부터 시작됐다. 투서는 첩보가 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통해 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경찰로 이첩됐고 곧 수사로 이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수사에 야당은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했고 결국 검찰의 수사로 비화하면서 주요 참고인이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청와대의 해명과 수사과정을 통해 첩보의 생산과 전달 경로, 경찰로의 이첩 배경이 일부 확인됐지만 첫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해소되지 못하고 되레 증폭되는 모양새다. 

◇'김기현 첩보' 발단, 박근혜정권 때부터 울산지역의 투서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를 가장 먼저 터뜨린 인물은 김 전 시장 동생 A씨, 형 B씨와 얽힌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모씨다.
김씨는 2014년 울산시 북구 신천동 일대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며 A씨와 접촉하게 됐다. 김씨는 토지개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던 A씨에게 사업수주를 도와주면 30억원을 주겠다고 했고 용역계약서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파트 건설 시행권은 B씨가 컨설팅한 업체에 돌아갔고, 김씨는 두 사람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씨와 B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건설사업에 개입했고 이는 김기현 울산시장 개입 없이 불가능하단 취지였다.

일부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김씨는 울산 경찰에 2014~2017년 수차례 고소를 했으나 수사에 진척이 없자 투서 형식으로 만든 문건을 박근혜정권 때부터 청와대와 경찰 등 여러 곳에 보냈다. 수사를 잘해 달라는 진정 같은 것이었다.

◇문재인정권 초반, 투서는 첩보로…수사는 급진전

2017년 문재인정권으로 바뀐 뒤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비서실장실,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이던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등에 관련 내용을 투서했다고 한다.

이 사건 수사는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2017년 7월 울산경찰청장에 부임하며 급진전된다. 당시 황 청장은 부임 두달만에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수사팀을 전면교체했다. 청와대 첩보가 전달되기 약 두 달 전이다.

황 청장은 이 사건과 함께 박기성 당시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문제의 아파트 건설에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이는 2017년 하반기 청와대에 접수된 범죄첩보가 경찰청을 통해 이첩된 것이다.

울산경찰청은 2018년 3월16일 울산시청 시장 비서실 등 관련부서를 압수수색하고 A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 박 비서실장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울산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울산지검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경찰로부터 이같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관해 9차례 중간보고를 받았고, 이는 대부분 지방선거 이후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중 민정비서관실이 보고받은 건 마지막 9번째 한 번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투서는 어떻게 靑첩보로 만들어져 수사로 이어졌나

경찰 수사에 앞서 청와대가 경찰청에 해당 첩보를 내려보내는 과정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보고 검찰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김 전 시장 낙선에 영향을 미친 이 첩보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이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출신 행정관이 2017년 11월 초 노란색 행정용 봉투에 이 첩보를 밀봉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전달했고, 경찰청은 검토작업 뒤 그해 12월28일 우편으로 울산경찰청에 보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검찰은 청와대 측 해명과 달리 이 첩보가 경찰에 이첩되기 전 청와대의 보완이나 가공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 전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제보를 단순 이첩한 뒤 후속조치를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청와대도 전날(4일)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 출신도 특감반원도 아닌 행정관이 제보자로부터 SNS를 통해 받은 제보내용을 문서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제보문건을 정리했으며, 그 과정에 새로이 추가한 비위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으로 특정되면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제보자로 확인된 송 부시장은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여러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며 청와대와의 해명과는 배치되는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첩보가 경찰에 이첩된 가운데 선거를 앞두고 민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울산에 내려간 자체도 석연찮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려간 특감반원 2명 중 1명이 지난 1일 숨진 A수사관이다.

청와대는 2018년 1월11일 울산 검경 간 '고래고기 사건' 갈등 조율 차원에서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검찰은 울산시장 사건과 관련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날 "2명의 특감반원이 울산에 간 건 본건 (첩보)자료와 무관하다"며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월18일 작성된 보고문건도 공개했다. 이 문건엔 검경 간 고래고기 환부 갈등 관련 실태파악 기간이 2018년 1월12일~16일로 적시돼 있다.

◇경찰 수사과정도 의문…특감반원 극단선택 이유도

당시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돼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 중 하나다.

황 청장 부임 3개월 뒤인 2017년 11월 지능범죄수사대에 발령받아 김 전 시장 관련 사건들 수사를 맡은 성모 경위가 최초 제보자인 건설업자 김씨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정황도 포착됐다. 성 경위는 김씨가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울산 경찰 내부보고서를 직접 전해주는 등 공무상비밀누설,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 3년을 구형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 전 청장은 지난 3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 "언론에서 내가 울산에 내려갈 때 모종의 '미션'을 받았을 거라 보도하지만, 머릿속에 김기현은 없었다"며 "무리하면서 오해받을 일 하지 말자 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김기현이 몸통인데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 한번 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번지는 가운데 당시 울산에 갔던 A수사관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청이 검찰의 별건수사 혹은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야당은 '청와대 압박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공세를 펴고 있다.

A수사관은 2017년 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근무 당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생산과 경찰 이첩 등에 관여한 핵심인물로 지목된 상태였다. 지난달 울산지검에서 이와 관련해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그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된 뒤 지난 1일 조사를 3시간가량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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