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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팬들 앞에서 져도 되는 경기는 없다… 포항과 강원에 박수를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2-03 10:41 송고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38라운드 최종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전반 포항 왈덴손이 선제골을 성공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9.12.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역대급 레이스, 역대급 드라마라 불린 2019 K리그1의 주연은 분명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였다. 개막 때부터 마지막까지 리그를 이끌었던 두 팀은 시즌 내내 엎치락뒤치락 선두 싸움을 펼쳤고 최종전이 펼쳐지던 38라운드에서야 희비가 엇갈렸으니 치열한 경쟁이었다.

최종전에서 우승팀이 결정된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전 우승도 왕왕 나온다. 지난 2016년에는 FC서울이 전북과의 원정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올랐고 2013년에는 포항스틸러스가 역시 울산과의 원정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당시 포항은 시즌 더블(FA컵+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이처럼 예가 없는 것은 아니나 빈도가 많지는 않다. 또 마지막 순간 반전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토너먼트 대회의 결승전처럼 경쟁을 펼치는 팀들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조건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A는 B팀에게 패하고 C팀은 D팀을 꺾어야' 식으로 매치업 결과를 묶어야할 때는 의외의 결과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B와 D팀의 전력이 우승을 다투는 A와 C를 넘기 어렵고 무엇보다 동기부여에서 차이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K리그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2019시즌의 또 다른 주인공은 분명 포항과 강원FC다. 이들의 프로다운 자세가 없었다면 팬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올 시즌의 마무리는 불가능했다.

지난 1일 포항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당시 선두 울산을 상대했고, 강원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위 전북과 맞섰다. 37라운드까지 울산의 승점은 79점이었고 전북은 76점이었다. 무승부만 거둬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울산의 우승을 점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포항은, 울산을 꺾는다고 해도 큰 이익을 챙길 수 없었다. ACL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 아무리 '동해안 더비'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14년 만에 왕좌탈환에 도전하는 울산의 의지를 앞서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누가 우승 직전에 있는 팀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포항이 울산을 몰아쳤다. 그리고 결과는 4-1 포항의 대승이었다. 포항 선수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자신들의 우승이 가까워지는 것처럼 환호했고 승리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 추가골에 도전했다. 승패가 기울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4번째 골이 나왔다는 게 그 방증이다. 그리고 김기동 포항 감독은, 추가골 찬스를 놓칠 때마다 안타까운 액션을 선보였다. 화를 내기도 했다.

프로 선수에게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것은 사실 '당연한 전제'여야 한다. 포항은 울산전을 이기기 위해 준비했다. 울산을 꺾기 위한 전술을 준비하고 가동했고 선수들은 실천했다. 그 덕분에 울산 선수들과 울산 팬들은 눈물을 뿌렸으나 포항의 원정 팬들은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강원FC 역시 다르지 않다.

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 전북현대 모터스와 강원FC의 최종전에서 전북현대 문선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19.12.01/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성 원정을 떠난 강원은, 비록 0-1로 패하기는 했으나 멋진 경기력으로 전북 팬들의 가슴을 끝까지 졸이게 했다. 강원이 허용한 골은 전반 39분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점 하나였다. 그 외에는 전북의 화려한 공격을 단단히 막아냈다. 동시에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전북 수비가 간절하게 버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두드렸다.

정신무장도 확실했다. 이미 6위가 결정된 팀의 대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투쟁심이 넘쳤다. 두 팀 선수들 간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나왔을 정도로 강원FC 선수들은 승부욕에 불탔다. 전북의 베테랑 이동국은 경기 후 "추가시간 4분이 너무 길었다"고 했다. 마냥 너스레가 아니다. 진짜 강원이 골을 넣어 전북 우승을 무산시킬 수 있었던 흐름이었다.

강원 입장에서는 '석패'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의 아쉬운 패배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낸 90분이었다. 울산이 포항에게 크게 지고 있음에도 전북이 비기는 경우를 고려해 섣불리 기사를 작성할 수 없었던 이유다. 강원 선수들 모두 종료 휘슬이 울린 후 크게 허탈해 했다. 이기려 뛰었던 경기다.

져도 되는 경기는 없다. 여러 가지 이유를 나열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 '팬'을 떠올린다면 응당 그래야 마땅하다. 해당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을 생각한다면 허투루 뛸 수가 없다. 어떤 포항 팬에게는 지난 1일의 울산전이 자신의 첫 원정 직관 경기일 수 있다. 시즌 최종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잡는 모습을 보고 싶어 강원도에서 전주로의 먼 거리 이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강원FC 팬도 분명 있다.  

돈을 받으면서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으니 다 프로선수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프로다운 자세로 뛰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면 프로다워야 한다. 이 악물고 이기기 위해 뛰었던 포항과 강원의 감독과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