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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제재에 '발끈'…"내 친구 김정은 누가 제재했어?"

美 익명 전직 고위관리 출간 저서 '경고'서 주장
"어린 독재자에 매료… '매우 똑똑한 녀석' 두둔"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2019-11-19 22:57 송고 | 2019-11-20 22:32 최종수정
미국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경고'(A Warning) ©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말 미 재무부가 인권 유린으로 북한 관계자들을 제재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 친구라며 두둔하고 나섰다는 주장이 나왔다.

익명의 전직 고위 관리가 쓰고 19일(현지시간) 출간된 책 '경고'(A Warning)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분노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재무부가 지난해 말 인권 유린 문제을 이유로 북한 관계자 3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누가 그랬냐?"고 참모들에게 화를 내며 "김 위원장은 내 친구다"라고 말했다고.  

저자는 이를 보고 다른 관계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한탄했다고 밝혔다.

책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젊은 독재자인 김 위원장에게 매료된 걸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로 부상하던 시기에 대해 "그(김정은)는 아버지(김정일)가 돌아가실 때 25~26살이었다"며 "(그 나이 또래의) 얼마나 많은 남성이 이처럼 강인한 장군들을 (지휘하도록 자리를) 넘겨받겠는가. 그는 보스다"라고 말했다.

이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고모부를 제거하고 다른 사람들도 제거했다"며 "이 사람(김정은)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정은의 주민 통제 능력과 관련해 "그는 한 나라의 우두머리다. 내 말은 그가 강한 우두머리라는 것"이라며 "누구도 다른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다. 그는 말을 하고 그의 사람들은 앉아서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나는 내 사람들도 똑같이 하길 바란다"며 김정은을 높이 평가했다.

책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에 대해 세부적인 계획 없이 진행됐으며 결국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몇 달 전까지 북한을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관료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상을 원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 자리에서 동의,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 관료를 포함한 참모들은 허를 찔렸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외부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흥미로운 돌파구라고 발표하며 한반도의 긴장감 완화와 비핵화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내부에서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은 백악관의 발표 전 기자들에게 양국 정상의 회담은 말할 것도 없으며 양국 관료들의 만남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밝혔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는 두 정상의 회담을 위해서는 북한의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백악관 내에서) 높았으며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도 북한에 대가를 강요하지 않고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과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2018.6.12/뉴스1

그러나 대통령이 본질(substance)보다는 연극법(theatrics)에 휩쓸리면서 (대북정책은) '최대 압박'에서 유화책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 큰 정치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성년식(quinceañera)처럼 계획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매우 똑똑한 녀석'(very smart cookie)이라고 부르면서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원했으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도 합의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저자는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어떻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협상) 전략과 세부 상항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친분을 쌓을 수 있으리라 자신했고 중요한 것은 세부사항이 아니라 (김 위원장과의) '화학작용'(chemistry)이었다는 것.

결국 싱가포르 회담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참모들은 화학작용이 강경한 외교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자신들의 견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견해와 달리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 유세 현장에서 회담에 대해 애정을 담아 설명하면서 "우리는 왕래하면서 사랑에 빠졌다"며 "그는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고, 그것들은 훌륭한 편지였다.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내가 공직에 있는 동안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다 큰 남자가 열성적인 10대 팬처럼 폭력적인 독재자에게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진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장(DNI),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어떤 행정부 관료들도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이들이 그런 말을 했더라면 백악관 밖에서 비웃음을 당했을 것. 북한도 분명 비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