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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든 경찰 코앞서 '게릴라 시위'…초교생도 시위 참여

'준전시' 홍콩 가보니…곳곳엔 '개' '나치중국'
폭력 시위에…일반 시민들 "너무 무섭다"

(홍콩=뉴스1) 한상희 기자, 이재명 기자, 이승아 기자 | 2019-11-16 06:00 송고 | 2019-11-16 07:54 최종수정
15일 오후 홍콩 센트럴 차터가든 내 공민광장에서 열린 노년층 경찰 폭력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5일 오후 홍콩 센트럴 차터가든 내 공민광장에서 열린 노년층 경찰 폭력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에 전쟁 직전이라는 홍콩은 예상과는 달리 조용하고 얼핏 평화로워 보였다. 경찰을 비난하는 '개'(狗)·'나치 중국' 등 낙서로 뒤덮인 벽과 불에 그을린 지하철역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백화점과 쇼핑몰은 모두 정상영업 중이었다. 화염병은 물론, 도로 위에 벽돌도 유리창이 부서진 점포도 찾아볼 수 없었다. 

15일 금요일 홍콩 시위대는 이날을 '휴식의 날'로 정했다. 한 주 내내 어어진 교통대란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사상자가 속출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로 상징되는 '과격 시위대'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시위대는 그 대신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이날 낮 1시쯤 코즈웨이베이 소고 백화점 앞에선 약 300명의 군중들이 시위를 이어갔다. 평일 점심시간 횡단보도를 수십번씩 오가며 대중교통을 방해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손가락을 편 채 소리를 지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백명의 사람들. 검은색 복면을 한 20대 초반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했고, 30대 직장인들도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구호를 따라 외치며 동조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 한 명에게 물어보니 손가락 5개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가지 요구'였고, 그들이 부르짖는 건 경찰의 진압을 규탄하고 '홍콩을 지키자'는 구호라고 한다.

홍콩 경찰들이 15일 오후 홍콩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교차로에서 게릴라 시위가 이어지자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19.11.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홍콩 경찰들이 15일 오후 홍콩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교차로에서 게릴라 시위가 이어지자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19.11.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0m는 될까. 시위대 바로 옆에 수십명의 경찰들. 한쪽 손엔 곤봉을, 다른 쪽엔 총을 든 무장경찰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째려보거나 화가 난다는 듯 곤봉으로 자신의 다리를 두드렸다. 직접 위협을 가한 건 아니었지만 온 얼굴을 가린 채 언제든 기자에게 총을 겨눌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공포감이 몰려왔다. 

시위대의 나이는 가지각색이었다. 2030이 주를 이뤘지만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시위 해산 후 기껏해야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2명이 물었다. "시위에 참여하려고 왔는데 시위대가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홍콩 정부는 격화하는 시위에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지만, 학생들은 그 시위를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었다. 

"기자냐?"며 대뜸 말을 건 한 등이 구부정한 노인은 "요샌 매일 시위야. 진짜 위험해"라고 혼잣말하 듯 읊조렸다. 하지만 시위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 노인은 이유를 더 설명하지 않은 채 "많이 취재해달라. 다른 기자들이 저쪽으로 갔다. 어서 가봐"라며 시위대가 간 방향을 가리켰다. 

하지만 모두가 시위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코즈웨이베이 인근 식당의 한 직원은 시위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굉장히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난 사실 (이번 시위가) 굉장히 무섭다. 시위대는 너무 위험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시위 취재라니 꼭 몸 조심하세요"라고 신신당부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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