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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펭수' 밀레니얼 세대 '합리적 개인주의'로 사로잡다

'꼰대문화' 깨는 탈권위적 모습 열광…"밉지않은 거리감"
"유튜브 기반 탈규제 캐릭터라 가능"…사회운동 결합도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19-11-16 07:00 송고
EBS 자이언트 펭TV의 대표 캐릭터 '펭수'(펭TV 캡처) © 뉴스1
EBS 자이언트 펭TV의 대표 캐릭터 '펭수'(펭TV 캡처) © 뉴스1

"제가 알아서 합니다.", "(펭수는 생각이 없어요?) 네!", "('나 때는 말이야' 질문에) 저한테 왜 그러세요?"

'선을 넘는' 캐릭터, 파격의 미학을 뽐내면서 전 연령을 사로잡은 최초의 교육방송 EBS의 캐릭터가 등장했다. 2m10cm 키에 '거요미'(거대한 귀여움을 뜻하는 신조어) '펭수'다.
E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 캐릭터 '펭수'가 당초 타깃이던 초등학생 뛰어넘어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말을 일삼고, 선배와 임원 이름을 부르면서 여러 방송사를 넘나드는 펭수는 팬 사인회를 열고 이모티콘도 발매하는 등 상품화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교부 청사를 출입,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응원 영상에 등장하는 등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펭수 현상'이 밀레니얼 세대 등장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80년대~2000년대 태어난 10~30대가 주로 사용하는 유튜브에서 인기가 폭발했고, 적극적인 자기 표현을 하는데다 취업이나 창업에 목마른 청년들에게 크리에이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펭수의 '연습생' 신분 등이 동질감으로 발현했다는 의미다.

올해 4월 '머랭쿠키 먹방'으로 이름을 알린 펭수는 뽀로로 배틀, 아이돌 그룹 커버댄스, 만화가 이말년(36본명 이병건) 등 콜래버레이션으로 인기를 차곡차곡 쌓다가 'EBS 옥상에서 뚝딱이 선배님을 만났다'에서 조회수 100만회를 넘기며 인기가 폭발했다.

'나 때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는 조언에 "제가 알아서 합니다"라는 '펭성'(펭수 인성)을 보이면서 윗사람에 반기를 든 게 세대 갈등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펭수로 바꾸고 팬 사인회에 응모하기도 한 김모씨(32·여)는 "자기 할 말 다 하는 것처럼 변한 시대에도 존재하는 말 못할 직장내 응어리를 펭수를 세워 혁파하는 시원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조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를 '적당한 거리감 있는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평가했다. 펭수가 기존 전통 가치를 전복하는 화법과 행동을 하면서도 밉지 않은 거리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개인이 하고자 하는대로 행동하지만 남에게 피해주는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관찰할 수 없었다"고 펭수 행적을 설명했다. 실제로 펭수는 짓궂은 목소리로 탈권위적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초등학생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교장 선생님에게 전달하는 등 이타적인 면도 엿볼 수 있었다.

외교부 채널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릴레이 응원 영상'에 등장한 펭수 © 뉴스1
외교부 채널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릴레이 응원 영상'에 등장한 펭수 © 뉴스1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 또한 펭수의 특징이다. 펭수는 해외 진출을 꾀하며 일본어 노래를 연습하거나 걸그룹 댄스, 예능 프로그램 내레이션 등에 도전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는 별개다. 정모씨(30·여)는 "KBS, MBC, SBS 등 공중파 채널을 넘나들면서 '남극에서 한국에 와 성공하겠다'는 펭수 모습이 대견하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구교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펭TV의 펭수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탈 규제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EBS 채널에서 TV로 방송하긴 하지만 온라인 전용 콘텐츠가 많아 활용 폭과 자유가 높다는 의미다.

구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 프로그램 가이드 라인에 있는 TV 속 펭수와 콘텐츠 홍수인 유튜브 속 펭수의 모습 차이로 유아, 청소년이 느낄 수 있는 언어와 행동 간극에 대해 (제작진이)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탈 권위적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서는 의미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린피스 캐릭터 '똑이'가 등장한 '1회 남극 유치원 동창회'편(펭TV 캡처) © 뉴스1
그린피스 캐릭터 '똑이'가 등장한 '1회 남극 유치원 동창회'편(펭TV 캡처) © 뉴스1

펭수는 최근 사회 운동과 결합하는 등의 새로운 움직임도 보인다.

최근 업로드된 '남극 유치원 동창회' 편에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의 마스코트 '똑이'가 함께 등장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해양보호 캠페인 서명으로 연결, 1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텀블러나 머그컵을 쓰겠다는 해시태그 '#펭수캠페인'으로 이어졌다.

펭수 인기가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영방송 EBS의 수신료를 늘려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EBS는 펭수라는 전 연령을 위한 캐릭터 사업 등 교육적이고 유익한 활동을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면서 "모두를 위한 공영방송 EBS가 받는 수신료를 최소 10%로는 인상해 더 나은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청원 링크(URL)은 '고독한 펭수', '안고독한 펭수' 등 펭수 팬클럽을 자청한 이들이 모인 채팅방에 공유되면서 청원 달성 인원인 20만명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청원은 15일 오전 11시까지 35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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