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유통ㆍ산업

[기자의눈]미쉐린가이드, '별 거래' 의혹 해명 의지 있나

"우리 평가방식은 신뢰성 입증됐다" 근거없는 주장만
별로 창조적 셰프 격려하고자 한다면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9-11-14 16:52 송고
14일 미쉐린 가이드 2020 에디션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축사를 전하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한 해 새로 등록되는 음식점의 수가 18만여 곳(2016년 말 기준, 국세청 자료)에 이른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음식점이 우후죽순 생기고 먹을거리가 그만큼 흔해진 세상에서 나를 대신해 훌륭한 식당을 선별해주는 '레스토랑 평가서'는 무척이나 반갑다.

그렇지만 레스토랑 평가서를 믿고 돈과 시간을 들여 맛집 탐방을 했는데 레스토랑 평가서가 돈을 받고 식당에 후한 점수를 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맛집 소개 TV 프로그램, 블로거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미 이런 논란에 익숙하다. 

100여 년 역사의 미쉐린 가이드마저 그런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윤경숙 윤가명가 대표가 한 언론에 출연해 미쉐린 가이드와 관련된 인물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미쉐린의 별을 내준 정황을 폭로했다.

3스타 레스토랑 '가연'과 1스타 '비채나'를 운영하는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이 해당 브로커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신라호텔 관계자들이 3스타 레스토랑 '라온'도 컨설팅을 받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런 논란 속에 미쉐린 가이드 2020 에디션 발간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14일 열렸다. 기자들은 미쉐린 가이드 측이 어떻게 해명하고 어떤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지 주목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는 해명이나 질의응답 없이 식당에 별을 새로 수여 하는 행사로만 채워졌다.

14일 미쉐린 가이드 기자 간담회 직후 비공식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뉴스1/정혜민 기자

기자간담회 직후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비공식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의 답변은 기존 입장을 반복하거나 동문서답에 가까웠다. 

언론 보도에 나온 어니스트 싱어와 데니 입, 두 사람은 미쉐린의 직원이었던 적도 없고 미쉐린과 계약 관계에 있지도 않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해 미쉐린에서 내부 조사를 했는데 직원들이 이들과 연루됐거나 내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브로커들이 한국관광공사와 미쉐린 가이드가 맺은 비공식 협약 내용과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의 발간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항상 새로운 미쉐린 가이드를 내놓기 전에는 많은 루머와 예측이 떠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뿔레넥 디렉터는 이번 사안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미쉐린 관계자를 사칭하는) 남성들에 법적 대응을 할지는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쉐린 가이드 측이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지 1년이 이미 지났지만 이들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평가 방법론은 모든 나라에서 신뢰성이 입증됐다"며 "기존 평가법을 차분하게 계속 유지하고 있고 이런 평가법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신뢰성이 입증됐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근거가 없는 해명은 주장일 뿐이다. 평가원의 수를 묻자 이번에는 "회사 규정상 공유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실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방식과 관련해 논란은 계속 있었다. 맛에 대한 평가가 프랑스인의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지적부터 비유럽 대륙에서는 평가원이 식당을 제대로 방문하지 않고 엉성하게 평가한다는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돈을 받고 별을 내어준다는 의혹은 미쉐린 가이드의 명성을 정조준했다.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을 가진 여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수석 셰프와 그곳에서 땀 흘려 일하며 요리를 배우는 제자들, 이들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장거리 여행도 불사하는 고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쉐린이 진정으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는 셰프들을 격려하고 미식을 찾는 이들의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면 제기된 의혹들을 해명해야 한다. 근거를 내놓지 못하는 주장은 의혹만 더 키울 뿐이다. 평가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투명성'이 핵심이어야 한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