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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주년…타이거JK·재주소년과 민요대중화 첫걸음(종합)

[N현장]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9-11-12 12:21 송고
MBC © 뉴스1
MBC © 뉴스1
"민요 활용의 돌파구를 열어준 분들이 옆에 계신 음악가들입니다." (최상일 PD)

산업화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토속 민요, 우리의 소리와 정서를 기록해온 MBC의 대표 공익 라디오 스팟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가 어느덧 방송 30주년을 맞이했다.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M라운지에서는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주년 기념 기자 초청 청음 및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1991년부터 방송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 곳곳의 사라져가는 삶의 소리를 기록하고 연구해온 전(前) MBC PD이자 민요해설가인 최상일 PD를 비롯해 래퍼 타이거 JK, 재주소년 박경환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MBC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MBC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한국민요대전'으로 모은 토속민요를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들려주는 스팟방송으로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민요대전'은 MBC 라디오의 민요취재팀이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사라져가는 토속민요를 찾아 기록하며 소멸 위기에 있던 노래들을 수집, 정리해온 문화사업이다.
MBC 라디오는 1989년 10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현지에서 취재한 자료만으로 프로젝트명과 동일한 제목의 '한국민요대전' 프로그램을 총 6350회에 걸쳐 방송했다. 지난 1991년 10월부터는 광고 형식의 짧은 프로그램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개시해 지금까지 28년 넘게 방송을 계속해오고 있다. 현재 하루 3회(정오의 희망곡·두시만세·지금은 라디오시대) 전파를 탄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코미디언들이 패러디를 시도할 만큼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우리 소리'가 곧 토속민요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영향인 것으로 전해진다. MBC 라디오는 한국민요대전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다채로운 수상 실적을 쌓아왔다.

최상일 PD/MBC © 뉴스1
최상일 PD/MBC © 뉴스1
이날 최상일 PD는 30주년을 맞이한 소감에 대해 "30주년을 맞이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의 방송 인생이 다 이쪽으로 할애되리라 상상 못했다"면서 "일이 제 마음대로 된 것은 아니고 그동안 민요가 숨어있다가 저 같은 사람을 불러들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털어놨다. 

민요의 매력에 대해서는 "우선 다른 음악과 차별이 있다. 토속적인 것이 주는 느낌이 있다. 음식을 먹어도 토속 음식이라고 하면 건강하고 맛도 있을 것 같은, 그러나 사라져 가고 있고 이 시대에 맞지 않은 것 같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상일 PD는 "우리가 늘 부르던 민요가 산업화 때문에 급격히 사라져 갔다. 그걸 다시 접하는 그 매력이라는 것은 뭔가 보물을 찾아낸 것 같은, 골동품을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라며 "고고학자가 중요한 것을 발견한 것 같은 문화재를 발굴하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 방송 PD로서 음악 소재를 찾아다니는 것이 늘 하는 일이다. 우리 소리를 그저 몇 개만 하고 말 수는 없었다. '끝까지 가보자' 했고, 그래서 사라져 가던 방대한 음악이 기록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최 PD는 "그동안 다닌 마을만 해도 수를 셀 수 없다. 취재한 마을이 900개가 되고 마을 마다 10~50명 가까운 어르신들을 만나 소리를 담았다. 평균 2~3만 명은 되지 않을까 한다"며 "MBC 라디오가 특별기획팀을 구성, 기획을 해서 시작됐는데 혼자 해서는 언제 다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5명 이상의 PD를 발령내서 지역 나눠서 다녔다. 상당히 여러 명의 PD, 아르바이트 학생, 운전하는 기사 분들, 엔지니어 등 스태프 들이 같이 고생을 했다. 외부 연구원, 전문가들도 동행하면서 팀을 이뤄 함께 했다. MBC가 공영방송으로도 공익적이고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 프로젝트이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민요박물관을 개관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최PD는 "MBC에서 18000개의 곡을 쭉 관리하고 방송해왔다"며 "MBC 뿐만 아니라 우리 민요 자료들이 흩어져 있는데 연구의 기반이 되고 활용 기반되는 플랫폼이 필요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잘 안 되고 있다가 서울시에서 민요박물관을 만들어보자 제안하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5년 정도 준비가 걸렸다. 돈화문 앞에 좋은 자리에 건물이 완성됐고 오는 21일에 개관된다"며 "방송에서는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보다 더 활용성을 찾아야 한다 생각했다. MBC가 대의 명분에 공감해주셔서 흔쾌히 기증을 해서 시민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초대 관장으로 내일 모레 임용 예정이다. 작은 박물관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민요로 볼 때는 충분한 공간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타이거JK/MBC © 뉴스1
타이거JK/MBC © 뉴스1
특히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30주년을 맞이해 이날 정오 30주년 기념 음반을 발매했다. MFBTY가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을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르 중 하나인 아프로 비트(Afro beat)로 재해석한 '되돌아와'를 선보인다. 재주소년은 1989년 채록된 제주 조천읍 신촌리 허창수 할아버지의 '북제주 갈치 잡는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갈치의 여행'을 공개한다. 재주소년만의 따뜻한 포크감성이 묻어난다.

최상일 PD는 두 아티스트의 곡을 듣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갈치의 여행'은 음을 듣고 희안하게 어르신 노래를 써먹었구나 했다. 제목이 갈치로 한 건 최초가 아닐까 했다. 갈치가 출세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자유발상의 산물이라 본다. 좋은 시도라고 본다"며 "가사를 두 번째 보니까 의미심장하구나 했다"고 덧붙였다. 타이거JK의 '되돌아와'에 대해서는 "우리 소리를 개사해서 넣으면 그럴 듯해진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이런 것들은 부르기도 좋고, 발음하기 좋고 듣기 좋기 때문에 후렴구가 된다. 민요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난 것 같다. 히트곡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타이거JK는 참여 소감에 대해 "이렇게 멋지고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며 "무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작업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50개 정도의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힙합과 굉장히 흡사하고, 우선 공통점이 소울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어느 부분을 잘라도 힙합처럼 나올 수 있는 멋진 곡들이 많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프로젝트라 하니까 고민이 많았다"며 "'아리랑'은 계속 재해석돼도 되는 곡이라 생각하고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아리랑'의 후렴구에 대해 감탄했다. 그는 "'아리랑'의 '날 버리고 가신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가사는 '쇼미더머니'에서도 나올 수 없는 최고의 펀치라인"이라며 "또 '발병난다'는 게 정말 세계적인 주제라고 생각했다. 이미 '아리랑'은 대중 가요적인 요소와 후크송의 요소를 다 갖고 있었다. 해외에서 틀어졌을 때 외국사람들이 아리랑을 같이 외쳐주면 좋겠다 해서 즐겁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타이거JK는 "저희 집 앞에는 초등학교, 중학교가 다 있다. 아이들이 유행하는 힙합 가사들을 막 흥얼거리면서 다니는데 저한테 칭찬 받으려고 랩을 따라하기도 한다"며 "우리의 소리로 만들어진 '아리랑'이 가장 유행하는 소리다 하면서 랩을 해주고 유행가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소리를 찾아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 K팝이 대세다. 남미 투어를 2주전에 갔었는데 피부로 느꼈다. 정말 K팝 시대가 오고 있더라"며 "이 곡이 대히트를 쳐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리랑'을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고 고백했다. 

재주소년 박경환/MBC © 뉴스1
재주소년 박경환/MBC © 뉴스1

재주소년 박경환은 "타이거JK와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기대감이 있었다"며 "실제로 '되돌아와'를 들어보니 역시나 타이거JK였다"고 감탄했다. 그는 '갈치의 여행'의 민요에 대해 "이게 89년도에 녹음된 소린데 이게 남아있는 게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레코딩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곡을 만들 수 있었다"며 "그 소리를 더 확대해서 관심 갖고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성일 PD는 "앞으로 새로운 소리꾼을 발굴하는 것 보다 기존의 발굴된,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장르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데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며 "민요도 다듬어진 문학 작품이기 때문에 손글씨나 붓글씨로 벽에 전시하면 상당히 좋더라.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시로서, 음악으로서 여러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다. 그 활용도의 돌파구를 열어준 분들이 옆에 계신 음악가들"이라고 칭찬했다. 

이에 타이거JK는 "PD님께서 정말 소중하고 큰일을 해주신 것 같다. 처음에 250여개 샘플을 스튜디오에 모여서 들었는데 가사와 감정 표현 등 장소와 시대마다 다 다르더라"며 "민요가 워낙 완벽해서 힙합이나 K팝 음악과 작업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작은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환도 "물론 현실적으로 민요의 멜로디를 차용하기 쉽지 않겠지만 소중한 가사들이 많더라"며 "PD님이 글씨 써서 전시하면 멋질 거라고 하신 것에 공감한다. 가사에 남겨있는 메시지들이 앞으로 충분히 많이 불리지 않을까 한다"고 공감했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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