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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 물주고 '논문 3저자'…정경심 '엄친딸 만들기' 백태

초교 동창·딸 친구父·남편 직장·본인 지위까지 전방위 활용
'캡처·복붙' 직접 문서위조…'기득권 세습' 노하우 고스란히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19-11-12 13:27 송고 | 2019-11-12 14:21 최종수정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2019.10.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2019.10.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에 담긴 핵심 혐의 가운데 딸의 입시 부정 관련 범행 과정은 기득권층의 사회적 지위 되물림을 위한 그들만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들이 소위 '자녀 스펙 부풀리기'에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 교수가 딸의 입시를 위해 위조한 십여개의 증명서를 만드는 데는 '아빠·엄마 찬스'를 활용한 갖가지 인맥이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직접 워드파일로 스펙용 확인서를 만들고 '직인 캡처'로 상장도 위조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12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정 교수의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딸 조모씨의 대학교·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을 위해 대학교와 연구소, 호텔 등을 이용해 11차례 스펙을 부풀린 혐의가 상세하게 기재됐다.

정 교수는 딸 조씨가 2007년 한영외고 입학 이후부터 2014년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할 때까지 7년여에 걸쳐 의전원을 목표로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스펙 위조'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합격 정원이 정해져 있는 의전원 입시에 조씨의 부정 합격은 정해진 룰을 따라 지원했던 다른 누군가의 탈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불공정'이라는 공분을 불러왔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2019.9.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2019.9.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대학·초등학교 동창, 딸 친구 부친…본인 지위도 이용

조씨가 고교 재학 중이던 2008년, 정 교수는 딸의 대입 스펙을 위한 인턴 경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대학동창으로 친분이 있던 공주대 교수를 찾았다. 정 교수는 그에게 딸의 인턴 경력과 해외 국제 학술대회 참가도 부탁했다.

하지만 조씨가 실제로 한 것은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며 생육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작성해 간헐적으로 교수에게 보고하는 정도였다. 가끔 공주대 연구소에서 수초 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일도 했다. 검찰은 조씨가 연구나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도 포스터·논문 초록에 제3저자로 기재됐다고 봤다.

정 교수는 조씨가 대학교 재학 중이던 때 의원원 입학을 위해 본인의 초등학교 동창인 한국과학기술원(KIST) 이모 박사에게 부탁해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뒤, 조씨가 3~4일만 출근했는데도 3주간 인턴을 했다는 허위 확인서 파일을 이 박사로부터 전달받았다.

조씨가 고교 재학 중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활동에는 조씨 고등학교 유학반 친구의 부친 장모 교수의 도움이 있었다. 검찰은 조씨가 2주간 실험실 견학 등 체험을 했을 뿐, 이론 강의조차 이수한 적이 없고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장 교수가 발급한 체험활동 확인서 활동내역과 평가에는 조씨가 실험에 상당히 기여한 것처럼 기재됐다. 부탁을 받은 장 교수는 논문 작성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제1저자' 자리도 조씨에게 내줬다.

이에 정 교수도 단국대 장 교수에게 보답했다. 정 교수는 2009년 남편인 조 전 장관이 활동하던 서울대 법학대학 공익법인권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를 이용해 장 교수의 아들 인턴 경력을 허위로 발급해주며 '품앗이'를 했다.

정 교수는 본인이 재직하는 동양대 영어영재교육센터에서 딸 조씨가 자원봉사를 했다는 확인서도 허위로 만들었다. 당시 센터장이었던 정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직접 서명해 문서를 만들었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1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11.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캡처' '붙여넣기' 직접 위조도…허위 증명서 2차 수정

이번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지난 9월 기소된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장에서는 생략됐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방법도 자세히 기재됐다.

정 교수는 아들 조씨가 받은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을 스캔한 뒤, 총장 직인 부분만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냈다. 이후 상장 서식 파일에 딸의 이름과 상장 내용을 적어 넣고 총장 직인 캡처를 붙여 넣는 방식으로 동양대 총장 명의의 최우수봉사상을 위조했다.

2009년 7월 워드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산의 한 호텔 대표이사 명의의 '2009년 10월1일자'로 된 실습수료증과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기도 했다. 이후 호텔 관계자를 통해 날인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습기간은 조씨가 한영외고 1~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7년 6월9일부터 2009년 9월27일까지였다.

초등학교 동창의 도움을 받아 얻은 KIST 인턴 확인서를 2차로 위조한 정황도 기재됐다. 정 교수는 파일에 조씨의 주민등록번호가 없고 대학 학과도 잘못 기재됐다는 것을 확인하자, 파일의 내용을 지우고 로고와 서명만 남겨 그림파일로 만들었다. 이후 워드프로그램을 이용해 기간 등 문구를 넣고 직접 허위 확인서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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