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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가골목에 들어선 어린이들의 낙원…뛰노는 미술관

[色다른 미술관 산책⑩] '헬로우뮤지움'…일방적 감상 지양해
낙서하고 소리쳐도 OK…"어린이가 살아나는 미술관 만들 것"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1-04 09:49 송고
편집자주 '일부의 전유물. 이해하기 어렵고, 품위를 따진다.' 미술관에 대해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답한다. 정말 미술관은 어렵고 멀리 있는 존재일까? '색(色)다른 미술관 산책'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우리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도 좋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미술관마다 다른 색깔을 찾아 친근하게 소개한다. 미술관이 '모두'의 것이 되는 그날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 뉴스1 이기림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 맞은편, 성수역과 뚝섬역 사이의 골목 안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다.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성동안심상가'라고 적힌 8층 빌딩을 볼 수 있다.

평범한 동네 골목의 특별할 것 없는 빌딩이지만, 이곳 2층에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교육 전문 사립미술관이 입주해있다.

예술을 떠올렸을 때 전혀 연상되지 않는 공간에 이런 미술관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 어색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어린이들이 찾아올만한 곳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하는 공간이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러나 건물 안에 들어서면 그런 생각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헬로우뮤지움이 위치해있는 성동안심상가.© 뉴스1 이기림 기자

이 빌딩은 중정을 둔 사각형 형태의 건물이다. 도넛처럼 가운데가 비어있어 한 방향으로 걷다보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미술관이 있는 2층의 경우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채광으로 인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전시장은 전용면적 485㎡ 규모로, 4개의 전시실과 오픈형 수장고, 책방 라보, 프로젝트 룸 화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오는 미술관이다 보니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벽에 걸린 회화 작품은 드문 편이다.

그보다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을 위주로 전시돼 있다.

실제로 미술관측은 지난 22일 이곳에서 재개관하기에 앞서 어린이들을 미리 초청해 행사를 진행하면서 미술관의 미래에 대해 논했다. 

아이들은 미술관에 대해 문턱이 높고 일상적이지 않다고 여겼다. 아이들은 미술관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놀이공원, 게임기가 있는 곳, 낙서할 수 있는 곳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이들은 놀이방, 침태, 텔레비전 등 일상적인 사물을 보고 싶어 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 했다고 미술관측에 말했다.

헬로우뮤지움이 입점해있는 성동안심상가 중심에 있는 공간.© 뉴스1 이기림 기자

결국 미술관측은 일방적 감상이 아니라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뛰어놀고 체험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기로 했다.

일례로 미술관 곳곳에는 아이들이 낙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벽 사이에 공간을 둬서 마치 굴속을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놀 수 있도록 했다. 

놀 거리로만 가득하다고 해서 헬로우뮤지움의 교육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술관측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예술서적 위주의 책들을 모아 책방 라보를 12월 정식개관할 예정이고, 관련 미디어들을 감상할 수 있는 태블릿PC 등도 비치해뒀다. 

또한 작가들이 미술관에 상주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장소인 교육실도 마련해 미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교육적인 기능도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헬로우뮤지움 전시장.© 뉴스1 이기림 기자

헬로우뮤지움 전시장.© 뉴스1 이기림 기자

이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로우뮤지움은 성수동으로 미술관을 이전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된다는 개념에 생태지향적인 가치관을 더한 에코뮤지움을 목표로 삼았다.

미술관 특징은 또 있다. 원래 헬로우뮤지움은 2007년 강남구 역삼동에서 첫 문을 열었다. 이후 2015년 금호동으로 옮겨 더 많은 어린이와 지역 주민들에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약속된 4년 임대가 만료될 때, 미술관 주변이 핫플레이스 '금리단길'로 변하며 임대료가 올랐다. 미술관은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때 성동구 주민들의 노력이 힘을 발휘했다. 그들은 헬로우뮤지움이 자신들의 지역에 남는 것을 원했고, 구청에 '동네미술관'으로 남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양승수 작가의 인터랙티브작품인 '그린 필드' 위에서 뛰어노는 어린이 관객.© 뉴스1 이기림 기자

구청장과 구청 직원들도 노력한 결과 헬로유뮤지움은 저렴한 임대료와 10년 임대가 보장되는 성동안심상가에 입주하게 됐다.

이 상가는 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선포하고 임대료 안정을 위해 조성한 빌딩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헬로우뮤지움은 앞으로도 놀이를 강조한 예술교육을 진행할 계획이고 생태라는 키워드도 연결해 다가올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한 서울시내에서 출산율이 높은 지역인 성동구에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굴 같은 장소를 마련해놨다.© 뉴스1 이기림 기자

◇ 담당자가 말하는 '헬로우뮤지움'

"'예술은 놀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방적인 작품 감상이 아니라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뛰어놀고 체험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고자 합니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만나는 자기주도적인 경험, 어린이가 살아나는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헬로우뮤지움이 어떤 곳이냐 물으면 행복한 곳,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낙서하고 소리 지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 등으로 불릴 수 있으면 합니다. 예술과 담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네요."

지난 10월24일 헬로우뮤지움에서 이건용 작가가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펼친 뒤 자신을 응원해준 어린이를 위해 작품에 이름을 적게 하는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