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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빠지는 재벌가 자녀들…"유학 중 또래문화처럼 시작"

특권의식처럼 작용하기도…처벌 강화보다는 해악성 홍보 중요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9-10-23 07: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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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X-레이 검색대에서 수상한 여행 가방이 하나 포착됐다. 여행 가방 속에서는 대마 카트리지와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 등이 나왔다. 가방의 주인은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 홍모양(18)이었다. 가방뿐 아니라 입고 있던 옷 주머니에도 마약류를 담아오는 등 다소 대담한 수법을 쓴 홍양은 지난 2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1일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29)가 수하물 속에 대마 젤리, 초콜릿 등 변종대마들을 숨겨 들어오려다가 세관에 붙잡혔다. 이씨 역시 버젓이 대마 카트리지가 든 배낭을 메고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5년과 2만7000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파티는 영화 속의 단골장면이지만, 올해 초 SK·현대·남양유업 3세들이 마약 혐의로 조사받는 등 유력인사 자녀들의 마약 사건이 잇따르면서 "현실이 영화보다 더 하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비슷한 마약범죄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경우 마약에 대한 접근이 일반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 "규제 느슨한 국가에서 또래문화처럼 시작해 잘못된 특권의식처럼 작용"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유력인사 자녀들은 대부분 유학경험이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짚었다. 우리나라보다 마약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성장하다보면, 마약 투약이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약화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지만 미국 일부지역과 캐나다에서는 합법화 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주변 친구들이 마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또래문화에 적응하려다보면 동조압력이 있을테고, 청소년기 호기심도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마약을) 시작하게 되면 중독성이 생기고, 반복적 범행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가정에서의 통제가 느슨해지는 것도 한 요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마약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명이 같이하는 범죄인데, 홀로 외로운 상황에서 유학생들이 또래문화처럼 마약을 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약이 유력인사 자녀들 간의 잘못된 특권의식처럼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 4월 함께 입건된 SK가 3세 최모씨(32)와 현대가 3세 정모씨(28)는 같은 공급책에게 대마를 구하고, 함께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사들인 일부 변종 대마의 경우 1g당 가격이 시중 금값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유력인사 자녀들은 재력도 있고 유학생활을 거치다보면 아무래도 일반인보다는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나 노출이 많다"며 "비뚤어진 인식이지만, '자기들만의 문화'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 "유력인사 자녀의 마약사건, 폐해 커…마약범죄 해악 알리는 것이 중요"

마약류 범죄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이 크고 중독성 때문에 근절이 어려운 범죄다. 특히 유력인사 자녀들의 마약 사건은 그 해악이 더 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마약 범행 보도가 잇따르면 일반 국민들은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마약에 대한 도덕적 장벽이 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폐해가 있다.

실제로 올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된 전자담배용 액상대마 카트리지와 대마오일 등 신종 대마류와 러쉬 등 신종 향정물질 적발사례가 급증하기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8월 인천공항을 통해 밀수된 대마류는 총358건, 26.5㎏으로 전년 동기대비 건수(115건)와 중량(17.839㎏) 모두 크게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마약 범죄의 해악을 다각도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 교수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마약범죄 처벌이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마약 소지, 판매, 사용을 다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상대적으로 마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어린시절부터 교육적 차원, 치료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교수도 "수요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외국의 경우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마약의 해악성을 알리는 광고홍보프로그램을 원활히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3세들이 하고 비싸다고 하면 마약을 좋은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마약이 얼마나 해롭고, 중독성이 심각한지에 대한 홍보교육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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