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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식에 '꼰대 잔소리' 안돼…자식 눈높이서 대화해야"

[이기림의 북살롱] '인간, 그리고 아버지' 김병준 이야기가 책으로
"아이 잘 키우기 위한 지침서 아냐…부모 고민과 고통 담긴 독백"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0-11 13:46 송고 | 2019-10-11 17:55 최종수정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기차를 몰래 탔다가 공안원에 잡혀 구타를 당하는 아버지, 밤새 편물기계 앞에 앉아 있는 어머니, 엇나가는 형, 고등학교 졸업하고 9급 공무원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싫었어요. 잘 살지 못할 바엔 자식을 낳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최근 뉴스1 사옥에서 만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65)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장사하겠다고 나섰다가 망하면서 대학교 3학년 때까지 영화 '기생충' 주인공 집처럼 비가 오면 온 동네 오물이 방안으로 밀려드는 집에 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지난달 말 신간 '아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름'(중앙books)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어린 시절 가난을 겪던 시절의 이야기와 두 살 터울의 두 딸을 낳고 그들이 결혼할 때까지 키우며 살아온 '인간, 그리고 아버지 김병준'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러나 김 교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가 다시 자식을 낳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다. 고생만 하다가 환갑도 안 된 나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자식을 가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형편이 나아진 것도 아니라 미래는 여전히 불안했다. 그는 아직 공부를 하고 있던 학생이었다.  

김 교수는 "누군가 아버지 마음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서, 혹은 아버지가 못 다 한 것을 내 자식에게 해주고 싶어서 마음이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아이를 가졌고 한국에서 낳았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병준은 대학교수, 노무현 정권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 교육부총리,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지냈고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그의 화려하고 바빠 보이는 이력은 아이들을 그저 방치하고 돈과 권력으로 키웠을 거란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평일 저녁과 주말,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며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면서 입시준비로 바빠져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됐지만, 1주일에 한번이라도 둘러앉아 밥 먹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대화 주제는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공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싫어할 거란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른의 생각에) 이건 안 된다고 하거나 '라떼는 말이야'(나때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말들은 '꼰대의 잔소리'"라며 "부모들이 대화 소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됐을 때 논문 표절 시비 등 논란에 휘말려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전했다. 다행히 두 딸은 그런 아버지를 용서한 듯하다. 책에는 두 딸의 솔직한 심정이 실렸다. 

이들은 아버지가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대화소재로 삼으면서 일방적인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고,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공부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다고 적었다.

김 교수는 이 책을 출간하기를 망설였다.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놨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본인과 아내의 진심이 왜곡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나 책을 출간한 이유는 진정한 변화는 정치나 권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를 잘 키운 성공담이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지침서와는 거리가 멀어요. 그저 이 시대를 사는, 또 살아온 부모의 고민과 고통, 독백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이 책은 제가 사랑하는 두 딸에게 주는 공개편지이자 세상 부모와 아이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하고 내어놓는 편지입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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