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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 떠나 여유 찾는 인왕산 산기슭 미술관

[色다른 미술관 산책⑧] '자하미술관'…마음까지 탁 트이는 전경
예쁜 건물들 보며 골목 오르다보면 '미술관'…'등산+관람' 1석2조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9-09 08:00 송고
편집자주 '일부의 전유물. 이해하기 어렵고, 품위를 따진다.' 미술관에 대해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답한다. 정말 미술관은 어렵고 멀리 있는 존재일까? '색(色)다른 미술관 산책'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우리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도 좋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미술관마다 다른 색깔을 찾아 친근하게 소개한다. 미술관이 '모두'의 것이 되는 그날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하미술관 전경. 전시장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자하미술관의 별칭이다. 자하미술관이 이런 말로 불리게 된 건 인왕산 산기슭(해발 약 180m)에 위치해있어서다. 미술관에 방문하려면 등산로 입구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도로가 나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부암동 주민센터에서부터 약 10분가량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왕산 등반과 함께 미술관 관람까지 즐길 수 있는 장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미술관에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심심하지 않다. 올라가는 길에 세워진 건물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하미술관 1층 전시장 내부. 천장 일부가 투명하게 뚫려있어서 해가 떠있는 날엔 채광이 잘 된다.© 뉴스1

골목을 오르다보면 우선 전통문화공간인 무계원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현진건의 집터와 안평대군 별장, 반계 윤웅렬 별서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멋들어지게 세워진 다른 건물들을 보면서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미술관에 도착하게 된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힐 때쯤 도착한 미술관은 절로 땀을 식게 한다. 미술관 디자인도 경사진 길을 올라오면서 본 건물들처럼 뛰어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드러난 형태의 건물이지만 덩굴식물이 건물 표면 위를 감싸고 있어 산세와 잘 어우러진다. 또한 독특한 화이트큐브 구조와 높은 벽 덕분에 시원한 공기로 가득한 미술관은 기분을 좋게 한다.

이런 자하미술관의 탄생사는 꽤나 독특하다. 2008년 개관한 미술관의 설립자인 강종권 관장은 원래 한옥 별관이 딸린 저택을 짓고 싶었다. 그러나 미술애호가였던 강 관장은 이곳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산세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하미술관은 이곳에 자리하게 됐다.

자하미술관 2층 전시장 앞에서 바라본 부암동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전시장은 1층과 2층 약 230㎡ 면적으로 돼있다. 1층 전시장은 천장까지 높이가 약 5m정도인데, 천장 일부가 투명하게 돼있어 채광이 좋다. 2층 전시장 앞은 산의 일부인 것처럼 잔디밭으로 돼있다. 이곳에 있으면 산 위에 올라서있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이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랑한다. 인왕산과 북악산, 부암동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또한 2층 전시관은 마치 일반 가정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방에 들어서면 벽에 작품들이 걸려 있는 것 같아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다.

자하미술관은 이런 전시장에서 동시대 현대미술 전시 위주의 기획전을 매년 10여차례 열고 있다. 미술관측에 따르면 이곳이 안평대군의 별장터이자 집현전 학사들과 김종서 장군 등이 풍류를 누린 곳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꾸려왔다고.

자하미술관 2층 전시장.© 뉴스1 이기림 기자

자하미술관은 정신없이 살아야하는 속세를 떠나기 안성맞춤인 장소다. 자동차 소리도, 도시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인왕산 미술관에서는 미술작품을 보며 잠시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찾는 건 어떨까. 인왕산 등반 전 혹은 후에 관람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담당자가 말하는 '자하미술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 자하미술관만큼 좋은 곳도 없습니다. 저희 미술관은 미술을 알고 싶어 하는 분, 힐링이 필요하신 분, 젊은 연인, 아기를 기르는 부부 등 모든 분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국내 미술계의 동반자로 지난 10년 동안 함께 길을 걸어오면서 삶과 세월이 쌓여 역사가 되는 과정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영리정신을 가지고 작가들이 더욱 사랑하는 공간이 돼 동시대미술의 담론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미술의 미래에 높은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자 힘을 실을 거고, 장애아이들의 잠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난 10년간 진행하던 공공미술교육도 계속해나갈 계획입니다. 저희 미술관은 앞으로 10년간 신범순 서울대 교수와 함께 시인 이상을 미술사적으로 접근해 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 안상운 자하미술관 부관장(변호사)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