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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범죄 배경엔 '에코파시즘'…"총격=정화"

'인구과잉·환경오염' 명분으로 증오 정당화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9-08-19 20:28 송고 | 2019-08-20 07:40 최종수정
미국 텍사스 엘파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추모하는 글귀들.(자료사진) © AFP=뉴스1
미국 텍사스 엘파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추모하는 글귀들.(자료사진) © AFP=뉴스1

"만약 충분히 많은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 텐데."

이달 초 22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엘파소 총격사건의 용의자가 범행 직전 작성한 성명서 내용의 일부분이다. 자신의 범죄가 마치 '인구과잉'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처럼 묘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와 미국 엘파소 등에서 일어난 굵직한 총기난사 범죄 배경에는 '에코파시즘(ecofascism)이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두 사건 용의자를 조사한 수사당국을 인용해 “두 남성이 각자 온라인에 게시한 글을 보면 이전의 증오범죄 패턴들과는 달리 인구과잉과 환경 파괴에 대한 또 다른 강박 관념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했다.

에코파시즘은 환경·생태계 보호라는 목적 아래 인간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상 기조를 일컫는다. 인류 역사에서는 '다른 민족이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자주 도출됐다. 대표적으로는 독일 나치정권의 유대인 말살 정책에서 에코파시즘의 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에코파시즘은 그래서 '우생학', '전체주의'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런 기조에서 누군가의 '희생'은 환경·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화'를 의미한다.

WP는 이러한 에코파시즘이 최근 백인우월주의자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과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슬림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한 브렌턴 테넌트(28)는 자신을 '에코파시스트'로 규정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높은 출생률을 기록하는 현실에 분노하며, 이 때문에 인구 과잉과 환경오염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3일 엘파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22명을 숨지게 한 패트릭 크루시어스(21)의 성명문에서도 테넌트와 유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수질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미국 소비 문화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한탄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총격을 일종의 정화작용이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에코파시즘의 본래 의미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인구과잉', '환경오염' 같은 표현에 내재된 종말론적 사고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다고 함께 조언했다.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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