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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 그대로 드러난 전시장…알고 보니 진짜 공장이었다

[色다른 미술관 산책 ⑤] '국제갤러리 부산'…공장 개보수한 건물에 입점
복합문화공간에 들어서 다른 문화체험도 용이…부산서 보기 힘든 작품도 전시

(부산=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8-19 08:00 송고 | 2019-08-19 08:13 최종수정
편집자주 '일부의 전유물. 이해하기 어렵고, 품위를 따진다.' 미술관에 대해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답한다. 정말 미술관은 어렵고 멀리 있는 존재일까? '색(色)다른 미술관 산책'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우리는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가도 좋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미술관마다 다른 색깔을 찾아 친근하게 소개한다. 미술관이 '모두'의 것이 되는 그날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경. 10월27일까지 슈퍼플렉스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Inour dreams we have a plan)' 개인전이 열린다.© 뉴스1 이기림 기자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경. 10월27일까지 슈퍼플렉스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Inour dreams we have a plan)' 개인전이 열린다.© 뉴스1 이기림 기자

부산 수영구 망미동 한 대형마트 옆에는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위로는 특수선재 제품을 생산하는 고려제강 본사와 연수원이 위치해 있다. 지극히 평범한 지역으로 보이는 이곳에 미술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 있다.

지난 14일 망미동에 위치한 6000㎡ 규모의 건축물 'F1963'(1963년에 지어진 공장이라는 의미)을 찾았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하늘색 외관을  보는 순간 잠시나마 시원해졌다. 우선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히면서 이 건물 한편에 있는 국제갤러리로 향했다.

국제갤러리는 1982년 서울 소격동에 개관한 국내 대표 갤러리 중 하나다.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다수 이뤄져 미술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부산점은 국제갤러리의 2번째 지점으로 지난해 8월 약 330㎡(100평) 규모로 개관했다.

국제갤러리가 입점한 F1963 건물.© 뉴스1 이기림 기자
국제갤러리가 입점한 F1963 건물.© 뉴스1 이기림 기자

이날도 유명 작가의 전시 개막일이었지만 전시보다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바로 갤러리 천장이었다. 천장은 철골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일부는 녹슬어있기도 했다. 최근 유행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느낌을 주기 위해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국제갤러리뿐만 그런 게 아니었다. F1963 건물 전체에서 철골 구조가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건물 디자인은 이곳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사실 F1963은 1963년 세워진 고려제강의 와이어로프 생산 공장이었다.

이후 45년간 운영되던 공장은 2008년 문을 닫고 쓸모없는 곳이 됐다. 그러나 공장은 다시 쓸모를 찾았다. 조병수 건축가가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조를 유지한 채 옛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재생 건축으로 개보수했기 때문이다.

F1963 건물 내부 전경. 공장이었던 기존 건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개보수됐다.© 뉴스1 이기림 기자
F1963 건물 내부 전경. 공장이었던 기존 건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개보수됐다.© 뉴스1 이기림 기자

국제갤러리는 이런 역사를 훼손하지 않고 미술작품들을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갤러리측은 천장은 물론 바닥의 시멘트 색감을 통해 공장의 느낌을 물씬 나게 했다.

다만 작품 자체가 철골 등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흰 벽을 세워 전시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된 전시장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공장으로 쓰인 곳을 개보수한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갤러리 옆 공간에는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석천홀이 있어 다른 문화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유명 카페, 서점, 레스토랑도 입점해 부산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갤러리 밖으로 나가면 바로 대나무숲과 정원이 조성돼 있어 산책을 즐기며 힐링할 수도 있다. 공장의 일부를 이용해 제작된 조경석, 디딤돌, 벤치 등을 보면서 재생의 의미를 떠올리는 것도 재미있다. 

F1963 스퀘어.© 뉴스1 이기림 기자
F1963 스퀘어.© 뉴스1 이기림 기자


국제갤러리 부산점에는 또다른 큰 의미가 있다.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긴 하지만 서울에 비해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기 어려웠다.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노력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재정 등 문제로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들어선 국제갤러리는 유명 작가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부산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실제로 이우환, 권영우,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거장들은 물론이고 슈퍼플렉스 등 외국 작가들까지 전시를 진행했다. 

◇ 담당자가 말하는 '국제갤러리 부산'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해외 대신 부산에 분점을 개관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비엔날레, 아트부산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통해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 도시만의 대중성과 현대성, 지역성과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입니다. 최근엔 전세계적으로 유의미한 행보를 보여온 덴마크의 3인조 유명 작가그룹 슈퍼플렉스(SUPERFLEX)의 전시를 열어 지역 시민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국제갤러리가 부산 시민의 라이프스타일과 지역문화 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주현서 국제갤러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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