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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보보호협정 재검토 카드…日 압박용? 안보 흔들 자충수?

정의용 실장 발언, 美향한 중재 요청으로 해석
GSOMIA 재검토, 한미동맹 근간 흔들릴 우려도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19-07-22 17:27 송고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 19일 일본 외무성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2019.7.19/뉴스1 © AFP=뉴스1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 19일 일본 외무성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2019.7.19/뉴스1 © AFP=뉴스1

한국이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 고조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검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특히 GSOMIA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와 연결되는 탓에 폐기되면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GSOMIA는 지난 2016년 11월23일 한일양국이 처음 맺은 군사 분야 협정이다. 북한군, 북한 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의 공유가 목표다. 우리측은 탈북자 등에서 얻은 인적 정보를 제공하고, 일본 측은 이지스함과 군사위성으로 취득한 신호정보를 공유해왔다. 

이 협정은 1년 단위로 재연장돼야 하며, 종료 90일 전에 어느 한 쪽이라도 파기를 통보하면 폐기된다. 현재의 협정은 다음 달 24일 효력이 만료되며 그 이전까지 양국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1년 자동 연장된다.

지난 2년 동안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잔재하고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갱신이 됐었다.
그러나 일본이 최근 한국을 겨냥한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한 데 더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통해 추가보복을 언급하자 우리 정부에서 GSOMIA 재검토 카드를 빼들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5당 대표 회동에서 GSOMIA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맞대응 카드로 GSOMIA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비록 청와대는 이후 정 실장의 발언이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과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는 정부로서는 GSOMIA를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쓸 개연성이 다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GSOMIA가 단순히 한일 관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외교·안보 관계와 얽혀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정부의 GSOMIA 재검토론은 일본을 향한 '경고'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을 향해 한일 갈등의 중재를 압박하는 카드로 쓰기 위한 목적이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면담하는데 이 때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정도의 개입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많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정 실장의 발언은 미국을 향해 한일 관계의 중재를 해달라는 속내를 꺼낸 것"이라며 "GSOMIA를 먼저 추진한 미국으로서는 한미일 간 북핵 공조 분위기를 만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과 일본이 북핵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주고 받는지 명확히 드러나지도 않은 만큼 GSOMIA 폐기가 우리 군에 그다지 입힐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흔들리는 한일 관계 속 GSOMIA마저 폐기되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GSOMIA 재검토 발언은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GSOMIA를 협상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대령 출신인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GSOMIA의 파기는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라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간 남북 관계에 치중해온 문재인 정부가 미일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사실상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GSOMIA의 파기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은 아쉽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eggod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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