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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기] 강남 부자들 돈은 어디로?

갈 곳 잃은 부동자금 1100조…금 달러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 뚜렷
강남PB들 "보수적 투자, 금·달러 담고 주식형 펀드 등 내보내"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정은지 기자, 박응진 기자, 전민 기자 | 2019-07-21 06:10 송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연 1%대인 은행권 예금금리는 더 떨어지게 됐다.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는 은퇴 생활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게다가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내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있고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다. 두달새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이 80조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게 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1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연 이런 시기에 강남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까. 강남 PB(프라이빗 뱅커)들에게 들어봤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강남 자산가, 주식 빼고 금·달러 주워담았다

50억원 이상 자산가의 관리를 맡고 있는 강남 PB들은 주식 대신 금(Gold),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국내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악재를 피하기 위해 리버스 로테이션(reverse rotation), 즉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정성희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안전 자산 선호 흐름이 지난해 말부터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패턴을 보면 시장이 불안할 경우 안전자산인 골드, 금으로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과 함께 한일 무역갈등으로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상 보유 목적으로 달러를 늘리는 방안을 추천한다"고 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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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선호 현상은 치솟는 금값으로도 방증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전날보다 496.23원(0.92%) 오른 5만4370.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한달 전 5만757.27원에 비하면 3613.38원이나 껑충 뛰었다. 뻔한 투자처이지만 '금만한 게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금 수요 증가는 얼마 전 리디노미네이션(화폐 개혁) 이슈가 불거진 데서도 영향을 받았다. 정 부지점장은 "정부가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지도 않고 검토할 시기도 아니라고 못을 박았지만 이야기가 나온 만큼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금 선호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식 메리츠증권 강남금융센터 영업이사는 "최근 불안 요인이 늘면서 전문가들도 그렇고 고객들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30% 정도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면서 일부는 달러로 돌리고 있다. 달러는 위기시에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전무는 "리스크 자산에 대한 헤지(hedge), 원화자산에 대한 헤지로 달러 투자 비중이 높다"며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투자로 옮기는 분들도 있다. 저금리 구조에서 배당 형태로 나올 수 있는 상품을 찾는 분들은 리츠(REITs)를 찾기도 한다"고 했다.

주식은 줄이지만 채권 비중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추세도 나타난다. 황성훈 미래에셋대우 서초WM 차장은 "보유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적정 시점에 매도 후 다른 채권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 적기에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전무도 "(고객들이) 주식형 펀드는 비중을 줄이고 3개월, 6개월 등 단기로 운영되는 채권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달러·금과 함께 상승 방향성을 갖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상당수 자산가들은 지난해부터 보수적 투자 방향을 유지해온 탓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단행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현금 보유를 차츰 늘리면서 '눈치 게임'에 들어간 이들도 많다는 얘기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PB센터 팀장은 "섣불리 투자하는 움직임은 많이 줄었다"며 "달러나 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한창 상승하는 가격대에 매수하면 손실을 볼 수 있어 좀 더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갈 곳 잃은 부동자금, 6월 말 현재 1100조원

21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 규모는 5월 말 현재 1104조원에 달한다.

부문별로 보면 현금 107조원, 요구불예금 231조원,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529조원, MMF 48조원, RP매도 7조원, CD 23조원, CMA 43조원, 정기예금 91조원,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24조원 등이다. 이른바 갈 곳을 잃은 대기성 자금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그해 11월에는 937조4489억원 규모로 축소됐지만 그 이후 반년 만에 166조원이나 급증했다.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377조5917억원 규모로 한달 전인 6월 18일(1397조3587억원)보다 2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2개월 전인 5월 초와 비교하면 79조714억원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증시 불안이 거듭된 탓이다.


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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