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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부인과 의사 법정구속이 우려되는 이유

(서울=뉴스1)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 2019-07-16 15:55 송고 | 2019-07-16 17:35 최종수정
<strong>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strong>© News1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News1
사산아(死産兒)를 낳다가 산모가 숨지자, 그 책임을 물어 담당 주치의인 산부인과 의사를 법정구속하는 초유의 사태가 지난 6월 대구 법정에서 발생했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이자 의사로서 사망한 산모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 6월27일 2심 판결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산모를 진료하면서 태반이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는 태반조기박리 증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의학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의무기록 허위기재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산부인과 의사를 법정구속했다. 분만 담당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의료진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과실치사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재판부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법정구속된 의사는 안동 지역에서 10년 넘게 홀로 산부인과를 운영했고, 위험한 분만진료를 마다하지 않고 24시간 산모 곁을 지켜온 의료인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알다시피 분만은 매우 위험한 의료행위다. 의사는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며 산모와 태아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 의료분쟁으로 번진 사고를 기록과 진술만으로 의사를 법정구속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매번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으로 진료에 임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젊은 의사들의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86.8%로 미달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전남 지역 산부인과 폐업률은 14.3%로 7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재판부 판결문에 의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단어와 문장이 많다는 점도 안타깝다. 이를테면 재판부는 '보지 못했다', '몰랐다', '없었다' 등의 피고측 주장에 대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피를 흘리는 것을 몰랐다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또 의료진이 의료과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 생체활력 징후를 허위로 기재했다며 크게 질책했다. 이 판결문에는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 진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단어만 36개가 실려있다. 이런 용어들이 재판부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에 의한 판단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판결에 법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 사건은 2심 법관이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예단을 가지고 판결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의료진이 위증 교사나 공모로 기소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양형 사유에 포함했고 재판부가 의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의료는 특수한 상황이며, 그중 분만은 가장 위험한 의료행위로 꼽힌다. 분만 중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것은 당시 상황이 긴박하고 위험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행위에 업무상과실치사죄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가 재판을 받다가 졸지에 법정구속되는 일은 더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방어진료가 촉발되고, 국내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인 재판부 고뇌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위험하며 미묘하고 복잡한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재판부가 아이를 둘로 갈라 가지라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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