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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명재 캐스터 "나는 운이 좋은 사람, 성공한 덕후입니다"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2019-07-16 13:33 송고 | 2019-07-16 13:49 최종수정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MBC스포츠플러스 제공). ©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MBC스포츠플러스 제공). © 뉴스1

"이 타구는 높게 멀리 갑니다. 담장 쪽,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목소리. MBC스포츠플러스의 아나운서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캐스터 한명재(47)의 목소리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명재 캐스터는 1997년 한국스포츠TV에서 스포츠 캐스터로서 첫발을 뗐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 한 캐스터는 "당시엔 아나운서 10~15년 정도 경력이 있는 선배들이 스포츠 중계를 했다. 젊은 캐스터가 별로 없을 때였는데 스포츠 채널이 점차 생기면서 캐스터들도 많아졌다. 따지고 보면 내가 1세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00년 SBS 스포츠채널, 2000~2001년 iTV 경인방송을 거쳐 2001년부터 현재까지 MBC ESPN과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스포츠 중계를 맡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를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MLB)까지 야구 중계의 '1선발'로 자리잡았지만 처음 시작할 땐 다양한 종목을 맡았다.

한명재 캐스터는 "중계방송 데뷔를 스케이트보드로 했다. 지금도 스케이트보드 중계를 보기 어렵지만, 당시 이벤트 대회 중계였다. 특설무대를 꾸려 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선수들이 보드를 타고 점프를 하는데, 당시에 어떻게 중계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철인 3종, 테니스, 당구, 프로레슬링, 미국프로풋볼(NFL), 필드하키 등 여러 종목에서 중계 경험을 쌓은 그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야구 중계를 맡았다. 그때부터 지금껏, 야구는 그의 삶이자 동반자다.

한명재 캐스터의 1주일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아나운서 팀장이기도 한 그는 화·수·목요일은 회사에 들어가 팀장으로서 업무를 보고 금·토·일은 KBO리그 중계를 맡는다. MLB 중계까지 맡는 날이면 그의 하루는 매우 빠르게 돌아간다.

한명재 캐스터는 "여름에는 야구와 함께 산다. 오전 8~9시부터 MLB중계를 보고 저녁에 하는 KBO리그 중계를 위해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현장에 나오면 사실 잠 잘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몸은 힘들지만 그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야구단 어린이 회원 출신이기도 한명재 캐스터는 "프로야구 창단 시기 때 성장기를 맞은 나는 야구와 함께 자랐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투수 폼을 따라하는 게 일상이었을 정도"라며 "이 정도면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다"고 미소지었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MBC스포츠플러스 제공). ©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MBC스포츠플러스 제공). © 뉴스1

◇ "내 역할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메신저"

올해로 캐스터 경력 22년 차. 어느덧 스포츠 중계 분야에서 베테랑이 된 한명재 캐스터에게 캐스터의 궁극적인 역할을 물었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메신저"라고 답했다.

한명재 캐스터는 "프로야구는 1982년부터 2019년까지 38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젊은 야구 팬들과 얘기해보면 전설로 불리는 선동열, 최동원 등의 현역 시절 모습을 잘 모른다. 이 일을 하면서 야구의 역사를 의도적으로라도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명재 캐스터는 중계를 할 때 단순한 기록이나 승패보다는 선수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보고 확인한 뒤 중계 시 적절한 타이밍을 골라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명재 캐스터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경기장에 나와 선수, 코치, 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깃거리를 모은다. 마무리캠프나 스프링캠프 때는 선수단과 동행해 1년 동안 쓸 소재를 모으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별히 친한 선수가 있냐고 묻자 "너무 친하면 부담이 될 수 있어 거리를 둔다"며 "선수 말고 주로 코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수들은 자영업자다. 어느날 갑자기 트레이드될 수도 있고, 본인 성적이 나쁘면 구조조정을 당한다. 개인 성적에 민감하고 자칫 루틴이 흐트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와 소통은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캐스터이기 전에 오랜 야구 팬으로서 선수단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마무리 투수가 블론세이브를 하고 힘없이 마운드를 내려올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훈련하고 이 자리까지 왔는지 잘 알기 때문에 환희의 순간보다는 힘들어하는 순간에 마음이 더 간다"고 말했다.

◇ "허구연 해설위원과 중계할 때가 가장 편해요"

스포츠 중계에서 캐스터의 옆자리는 해설위원이 지킨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경기 내내 대화를 주고받으며 방송을 이어가려면 둘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한명재 캐스터는 손발이 가장 잘 맞는 해설위원으로 허구연 위원을 꼽았다.

한명재 캐스터는 "허 위원님과는 오랜 시간 함께해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1주일에 6일 이상 시간을 보낸 적도 있고 먼 곳으로 출장을 가면 2~3주 동안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어쩔 땐 아내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웃었다.

허구연 위원도 "내가 말하기도 전에 한명재 캐스터는 무슨 말을 할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예전 야구 역사를 이야기해도 모르는 것이 없어 중계를 이어가기 편하다"고 말했다.

캐스터와 함께 할 해설위원은 로테이션에 따라 매 경기 정해진다. 한명재 캐스터는 "새로운 위원과 함께 하게 될 때는 미리 대화를 나눠본다. 중계 중에 대화가 어색하거나 끊기면 안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MBC스포츠플러스 제공). ©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MBC스포츠플러스 제공). © 뉴스1

◇ "중계 중 문제 생기면 아나운서에게도 책임"

"보고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당신이 꿈꾸어 왔던 그 순간. 2011년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입니다."

2011년 삼성 우승 당시, 고인이 된 장효조 2군 감독을 기리는 이 우승콜은 한명재 캐스터를 대표하는 멘트가 됐다.

당시 한명재 캐스터는 삼성이 우승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우승콜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그 어떤 우승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우승하는 순간 만큼은 팬이나 선수들에게 중요한 역사로 자리매김한다. 원래 멘트를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2011년을 계기로 우승이나 중요한 순간에선 멘트를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멋진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잘못 뱉은 말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지난 3월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한화의 프랑스 출신 치어리더 도리스 롤랑을 두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명재 캐스터는 양준혁 해설위원과 함께 화면에 잡힌 롤랑의 외모에 대해 반복 언급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는 이 방송분에 대해 지난 5월 '권고' 처분을 내렸다.

한명재 캐스터는 "방송 총 책임은 PD에게 있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 부분에 있어 아나운서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경솔했다"고 말했다.

말을 하는 것이 직업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방송을 3~4시간 하면 항상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가끔은 '이 말을 해도 될까'하는 자기검열로 방송이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고 지금도 배워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 캐스터 경력 22년 차 한명재의 꿈…"평생 야구 중계 하고 싶어요"

경력 22년 차 베테랑 캐스터 한명재의 꿈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는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당장 축구를 중계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 내게 맡겨진 일은 무엇이든 하겠지만 운이 좋다면 앞으로도 야구 중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그가 이토록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명재 캐스터는 "내가 아무리 야구를 열심히 해도 류현진(LA 다저스)이 될 수는 없다. 한계를 도전하는 스포츠인들은 멋있다.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된다"고 말했다.

야구 팬들에게 어떠한 캐스터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생각에 잠겼다.

한명재 캐스터는 "사람들이 어떠한 순간을 기억할 때 장면뿐만 아니라 냄새나 소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야구팬들이 경기 장면을 떠올릴 때 나의 목소리까지 같이 생각해준 다면 그보다 큰 행복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이 매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야구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최근 관중이 줄고 플레이가 기대에 못미쳐 실망하신 팬분들이 많다. 구단이 10개 팀으로 늘어나면서 순간적으로 경기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과도기라고 생각해 달라. 믿고 기다리면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hahaha8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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