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직장 괴롭힘 금지법' 직급불문 "환영"…실효성은 '글쎄'

중·하위직 "갑질 없앨 기회" 간부 "후배존중 계기로"
대부분 "회사교육 없어"…"실제 고발 가능할지 의문"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김도용 기자 | 2019-07-16 11:51 송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운영을 알리는 선간판이 설치돼 있다. 2019.7.1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운영을 알리는 선간판이 설치돼 있다. 2019.7.1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직장 내 관계상 우위를 악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즉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16일, 직장인들은 "없는 것 보다 낫다"는 환영 의견과 "규정이 모호한 탓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는 신중 입장으로 갈렸다.
갑질 피해를 볼 가능성이 중간 간부나 임원 급에 비해 높은 중·하위직 직장인 대다수는 시행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작은 IT 회사에 다니다가 월급과 업무환경 불만족으로 퇴사한 뒤 재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25·여)는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반겼다. 그는 "법이 개정되고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혹시라도 내가 갑질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만난 김모씨(34·서울 은평구)도 "20명 안팎의 회사에 다녀서 괴롭힘은 없었지만 대기업은 오히려 상명하복이나 승진할 때 (괴롭힘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모두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정안 시행은 중간 간부급 이상에게도 후배 존중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재계 10위권 대기업의 한 임원은 "법 시행을 앞두고 리더 교육을 따로 받았다"면서 "요즘 90년대생(밀레니얼 세대)은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던데, 회사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중간 간부 안모씨는 "괴롭힘을 규정하고 실제 적용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앞으로 후배들한테 말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직장 등에서 교육하거나 전파한 바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다수가 시행을 앞둔 가운데 쏟아져 나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는 것이다. 교육업에 종사하는 최모씨(33)는 "TV나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서 알았지 회사에서 따로 공지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 공단 중간간부 역시 "(회사 차원의) 공지나 교육을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대리 이모씨는 "어느 정도여야 신고가 가능한지 판단이 쉽지 않고 회사에 소속된 입장에서 신고가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교육업에 종사하는 최모씨(33)도 "(괴롭힘 입증을 위해) 영상이나 음성 녹음 등 증거자료 수집이 불편할 수 밖에 없어서 실효성이 불분명하며, 어디에 어떻게 신고를 해서 도움을 받는지도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공공기관 직원도 "내부고발자가 계속 그 조직에서 지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인데 실제 고발 행위가 일어날 수 있을지, 고발한다 해도 그걸로 실제 (직장 문화의)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앞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6.6%가 '이 법 시행을 몰랐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응답자는 21.1%에 불과했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대응에 대해서는 참거나 모른 척 했다는 응답이 65%로 가장 높았고,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6.6%에 지나지 않았다. '참거나 모르는 척 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66.4%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또 갑질 감수성을 지수로 나타내 평가한 결과 평균 68.4점으로 총 5개 등급을 만들어 평가할 경우 4등급에 해당해 대한민국 직장이 갑질에 매우 둔감하다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된 근로기준법상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금지되는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괴롭힘 발생시 조치 △피해자 보호 절차 △가해자 징계 조항 △재발방지 대책 등을 취업규칙에 다뤄야 한다. 사내에 별도로 관련 규정을 만들어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용자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ac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