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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이젠 놓아달라"는 경제를 집어삼키려는 정치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19-07-11 06:30 송고 | 2019-07-11 08:45 최종수정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젠 정치가 경제를 놓아줄 것은 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던진 메시지다.  

일본이 치밀한 준비끝에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를 겨냥하며 한국 경제의 '뇌관'을 건드리는 동안 뾰족한 대응책조차 내놓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통렬한 비판이다.

박 회장의 일갈(一喝)이 나온 지 1주일이 지난 10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 주관으로 재계 30대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장들을 불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불참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로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전문가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 직접 일본 현지에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7일 부랴부랴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느라 청와대의 초청에도 응답하지 못했다.

같은 날(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산업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회사가 오히려 일본 업계를 1위로 띄워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사실상 한일 양국간 '정치·외교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인데도 '피해자' 입장인 삼성전자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우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 (소재·장비) 기업에는 거의 지원을 안 한다"면서 "반도체 업계가 매우 불공정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의 발언은 팩트(fact)일까.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반도체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로 하여금 혁신 활동으로 품질 개선에 나서달라는 사기 진작을 위해서다. 2018년에는 820억원이 지급됐다. 올해는 반도체 인센티브 규모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인센티브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에게 지급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으며 지난해에 1만80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820억원을 단순히 1만8000여명에게 고르게 배분한다고 해도 1명당 지급받는 금액이 약 450만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기업 중에는 반도체 장비 관련 협력사도 포함돼 있다.

이번을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를 위한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2006년 노무현 정부와 2009년 이명박 정부, 2015년 박근혜 정부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외쳤지만 현 상황을 보면 모두 '공염불'이 된 셈이다.

경쟁국보단 늦었지만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 업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산업계와 정치권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만 나선다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지역 총량제나 환경 규제 등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땐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내 유치전'까지 펼치던 지방자치단체들도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기엔 정부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소재·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서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라며 경쟁당국의 비난이 쏟아진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M&A(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기라도 하면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다.

담당 부처가 중소 협력사의 연구개발(R&D) 확대, 세제 지원, 인재 양성 등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이를 심의해야 하는 국회는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해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간 반도체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정부, 국회, 기업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박용만 회장의 말처럼 지금같은 경제 비상사태에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비난할 시간마저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특정 대기업을 지목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의 모습을 보면 경제를 놓아주기보단 오히려 집어삼키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업1부 주성호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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