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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꿈꾼 완벽한 가정은?…친아빠 존재 지우려했나

자기 아들을 재혼한 남편 아들로 위장하려 한 정황
"전 남편, 현 가정에 방해돼 살해" 경찰 추론과 맞닿아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오미란 기자 | 2019-06-16 15:12 송고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9.6.12 /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동기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일주일 전인 5월18일 제주에서 친아들과 도내 한 놀이방을 찾았다.

당시 고유정은 놀이방 방문기록에 아들 이름을 전 남편의 강모씨(36)의 성씨가 아닌 현 남편의 성씨인 H로 기록했다.

아들의 친아빠가 강씨가 아니라 현 남편 H씨인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실제 고유정은 현 남편 H씨와 재혼 후 친아들과 의붓아들을 청주에서 함께 키우기로 했다. 부부는 두 아들 모두 청주 어린이집에 등록까지 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 고유정은 친아들을 제주에서 데려오기를 미뤘고 지난 3월 의붓아들이 의문사한다.

이런 행동을 보면 고유정은 친아들을 현 남편 호적에 올려 아들의 머릿속에서 전 남편의 흔적을 지우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 현 남편 호적에 아들을 등록하려면 전 남편 강씨의 동의가 필요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양육비로 꼬박꼬박 보냈을만큼 아들을 사랑했던 강씨가 이같은 고유정의 계획에 동의했을리가 없다.

고유정은 2017년 이혼한 뒤 2년간 아들과 전 남편 강씨의 만남을 거부해왔다. 강씨는 지난달 9일 법원이 면접교섭을 결정하고 나서야 겨우 아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지난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캡처) 2019.6.7 /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고유정 입장에서 보자면 아들이 친아빠의 존재를 모르고 자라길 바랐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고유정이 범행을 계획한 시점도 이즈음이다. 고유정은 같은달 10일 스마트폰으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을 검색했다.

놀이방 방문 기록은 경찰의 추론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재혼해서 완벽한 가정을 꿈꾸고 있던 고유정이 전 남편과 아들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되면서 현재 결혼생활에 방해가 될 것으로 여겨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놀이방 기록을 조사는 했지만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고유정이 친아들에게 친아빠가 강씨가 아니라 현 남편 H씨로 인식시키려 한 참고 사항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 남편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현 남편의 성씨를 썼다는 것은 전 남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전 남편과의 갈등과 분노, 증오심 등의 감정이 바탕에 있다는 것으로 단적인 범행동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정이 어찌 됐든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로 한 고유정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걸 범행동기와 연관시키는 과도한 해석은 지양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고유정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외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범행 전후의 정신세계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에게서 고유정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으로 수사팀을 꾸려 보강수사를 할 계획이다. 검찰은 경찰이 가정사 문제로 결론내린 범행동기와 범행수법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k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