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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웨이 전선' 동참 요청에 난감한 韓…'得이냐 失이냐'

스마트폰·통신장비 분야 경쟁 관계이자 협력 관계
중국 外 점유율 높일 기회지만 中사업 어려울수도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9-05-24 12:59 송고 | 2019-05-24 14:00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미국이 최근 우리 정부에 '반(反) 화웨이 전선'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웨이는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및 스마트장치를 공급하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및 전자기기 제조업체로 한국 기업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한국증권전산, 농협 등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통신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무선장비를 쓰고 있고, 망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화웨이 기업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의 파트너사를 보면 현대오토에버, LG CNS, LG화학, CJ올리브네트웍스, 효성ITX, GS ITM, 쌍용정보기술 등 110개에 달할 정도로 한국 기업에 화웨이 장비 사용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동참 요구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특히 한국은 2017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 사례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전날 외교부는 이번 미국의 화웨이 거래 중단 동참 요구와 관련, "확인해 드릴 사안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5G 장비 보안 확보와 관련해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 1월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연구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여당 관계자의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2019.1.3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올해 1월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연구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여당 관계자의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2019.1.3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한국과 달리 일본, 영국, 대만 등은 미국의 반 화웨이 전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화웨이에 스마트폰 부품과 생산 장비 등을 판매해온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 22일 화웨이에 더 부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 플린 파나소닉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에 따라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도 같은 날 화웨이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한다고 BBC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의 이동통신업체 EE는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인 '메이트 20X'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일본 NTT도코모는 예약 접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등 대만 이동통신사들도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의 반 화웨이 전선은 우리 기업에게는 득(得)이 될 수도 있고 실(失)이 될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화웨이는 국내 기업들의 파트너사이기도 하지만 통신장비,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에도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화웨이가 통신장비나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이 이를 대체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 최대통신사인 NTT도코모와 2위 사업자인 KDDI본사를 찾아 5G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제재가 장기화하고 구글 및 미국 반도체 제재 동참이 강화될수록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화웨이는 2018년 2억대 내외의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중국과 중국 이외 지역의 비중은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는데 중국 외 지역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점유율을 흡수하기가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부문에서 화웨이에 대한 매출 의존이 거의 없고, 전사적으로도 화웨이향 매출은 1~2%에 불과해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 리스크가 없는 한편 스마트폰, 통신장비와 같은 완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선호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홈피 갈무리
화웨이 홈피 갈무리
그러나 중국에 반도체 및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미국에 협조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현지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미국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압력을 넣을 경우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상당히 난처해질 수 있다.

화웨이는 중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에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사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5대 매출처로 AT&T,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화웨이를 꼽았다. 참고로 삼성전자가 이들 5개 사와의 거래에서 올린 매출은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12%가량인 6.3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매출은 전체의 10% 선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은 관세뿐만이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게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진영과 국가주도경제 진영과의 패권 경쟁이라는 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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