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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월드컵 16강은 기억하세요?…여자축구, 두려움은 없다

21일 밤, 프랑스 여자월드컵 향해 출국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5-21 11:00 송고
강유미 선수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2019 프랑스여자월드컵축구대표팀 출정식에서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문미라, 이소담, 강유미, 이영주 선수.2019.5.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강유미 선수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2019 프랑스여자월드컵축구대표팀 출정식에서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문미라, 이소담, 강유미, 이영주 선수.2019.5.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월드컵은, 다른 그 어떤 국제대회와 비교할 수 없는 중압감으로 다가온다는 게 경험해본 축구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선수로만 4번의 월드컵에 출전했던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1990년 월드컵부터 (2002년까지 계속)참가했는데 긴장감은 매번 똑같았다. 다른 것들은 경험을 하면 좀 나아지는데 월드컵은 별개였다"면서 "솔직히 2002월드컵 때는 긴장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는 뜻밖의 고백을 전한 바 있다.

터프가이의 대명사이자 거침없는 플레이로 상대를 빨아들여 '진공청소기'라는 수식어까지 받았던 김남일 전남 드래곤즈 코치는 "똑같은 A매치라도 월드컵에서 다는 태극기는 무게가 다르다. 에스코트 키즈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설 때는 정말 머리칼이 쭈뼛 선다"고 토로한 바 있다.

'미우라 킬러' '악바리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며 1994년 및 1998년 월드컵을 누볐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다른 경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솔직히, 경기를 앞두고 소변을 3번이나 보고 필드에 들어갔다. 돌아서면 또 소변이 마려울 정도로 긴장됐다"고 회상했다.

경험한 이들은 월드컵이 주는 긴장과 부담은 결국 잘 해야 한다는,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실망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소위 '즐기지 못해서'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여자축구대표팀은 외려 두려움 없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 모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다. 지난 7일부터 파주NFC에 모여 집중 담금질을 실시했던 대표팀은 국내 훈련을 마무리하고 21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결전지로 떠난다. 본선 A조에 속한 한국은 개최국 프랑스와의 1차전(6월8일)을 시작으로 나이지리아(6월12일), 노르웨이(6월18일)와 조별리그 경기를 펼친다.

2003년과 2015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캐나다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린다. 쉽진 않은 과제이나 FIFA 랭킹 14위라는 위치에서도 알 수 있는 한국의 수준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 17일 대표팀의 마지막 연습경기를 지켜본 홍명보 전무는 "난 볼 때마다 놀란다. 우리 여자축구는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홍 전무를 비롯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발전했다'고 견해를 피력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세계수준과의 격차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잉글랜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무대 경험도 많은 지소연은 우리가 1차전에서 만날 프랑스 선수들의 기량을 묻는 질문에 순간 "아..."하고 깊은 탄식을 내뱉었을 정도다. 순간적으로 웃으며 그는 "정말 잘하는 것은 맞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2019 프랑스여자월드컵축구대표팀 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2019 프랑스여자월드컵축구대표팀 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 여자축구 관계자는 "선수들이 정말 즐기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자신감이 있는 영향도 있으나 '뭐 어때'라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사실 많은 분들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4년 전에도 월드컵에 나갔는지, 그때 우리가 16강에 올랐는지도 잘 모른다. 잃을 것 없는데 겁먹을 것도 없다는 분위기"라며 윤덕여호의 공기를 설명했다.

주장인 조소현은 "개인적으로도 두 번째 월드컵이고 팀으로서도 두 번째 월드컵이다. 월드컵 무대에 다시 서게 돼 영광"이라고 말한 뒤 "첫 대회 때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밌게 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설렌다"는 각오를 전했다.

에이스 지소연은 "1차전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만나는데, 프랑스가 더 부담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잃을 것 없는 도전자"라고 말하며 "첫 경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이변이 가능하다. 상대는 강하지만 우리 또한 4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면서 맞붙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덕여 감독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해보지도 못하고 지면 후회가 너무 크다. 담담하게 당당하게 임해야한다. 말 그대로 '쫄지말고' 플레이 했으면 한다"면서 "성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사고' 한 번 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표현으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내부적으로 좋은 마음가짐이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4년 전, 더 척박했을 때도 16강에 올랐던 여자축구다. 잃을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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