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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김정은, 文대통령에게 '영어못해 걱정' 하소연"

"현송월, 첫인상 까칠했지만 좋은 친구"
"남북합작으로 '태양의 서커스' 만들고파"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19-05-20 09:38 송고 | 2019-05-20 18:01 최종수정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탁현민 대통령행사 자문위원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4.2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가졌던 도보다리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2018.6.12)을 앞두고 있는데 영어를 잘 못해 걱정이다. 독어는 잘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으로 재직하며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기획에 관여했던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은 20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회담 전후 후일담을 밝혔다.

그는 "행사가 끝난 후 대통령이 제게 해주신 말씀 중 전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당시 두 분이 상당히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셨다고 한다"고 했다.

도보다리는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위에 지어진 50m 가량의 작은 다리로 남북정상은 4·27정상회담 당시 이곳에서 오롯이 '둘만의 친교산책'을 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양 정상이 도보다리 끝 벤치에서 최소 30분 이상 나눈 대화는 어떤 녹취장비도 없이 두 사람만의 독대로 이뤄져 아직까지 대화내용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탁 위원은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해봤냐'는 물음에는 김 위원장에게 격려의 말을 들었음을 밝혔다. 탁 위원은 "판문점 정상회담 행사가 모두 끝나고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들과 악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게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고맙다'고 했다. 리설주 여사도 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중에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게 들은 바로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 행사의 여러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특히 환송행사 영상쇼를 상당히 놀랍게 봤다고 말했다 한다"고 밝혔다.

탁 위원은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2018.9.18~20) 기획에도 관여했다. 그는 평양방문 마지막날 이뤄진 백두산 천지 방문 당시 문 대통령 내외의 겨울코트가 미리 준비됐던 만큼 천지 방문은 '깜짝 이벤트'가 아닌 '잘 짜인 각본'인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탁 위원은 "처음부터 우리 측이 백두산에 가면 좋겠다고 북측에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고 우리가 평양에 들어간 후 백두산에 오르기 바로 전날 확답이 왔다"며 "대통령 내외의 코트는 혹시 몰라 옷을 전담하는 비서들이 미리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위원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첫인상에 대해선 "꽤 까칠했다"고 소회했다. 두 사람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현 단장이 공연을 위해 방남(訪南)한 것을 계기로 첫만남을 가졌다. 당시 현 단장은 우리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한 무대 정도는 남북가수의 컬래버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거절했고 탁 위원이 이에 현 단장을 직접 찾아갔다.

탁 위원은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 공연 후 2차로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날 오전에 찾아갔다"며 "현 단장에게 '김 위원장이 남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해보라'며 계속 설득했고 결국 현 단장이 '우리의 소원'을 남한 가수가 같이 부르는 것으로 양보했다. 서현에게 전화해 '정말 미안한데 2시간 만에 머리하고 나오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아울러 탁 위원은 현 단장에 대해선 "결혼을 했고 자녀가 둘이며 나보다 한두 살 아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음악을 하는 플레이어라 무대를 잘 알기 때문에 저와는 통하는 게 많았다. 저는 진짜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탁 위원은 대통령 행사에 참가하는 연예인 등 아티스트 선정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거나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사람 순으로 선정한다. 그런데 그분들이 무슨 특혜라도 받는 양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연예계는 오랫동안 친정부 혹은 특정 정치세력과 가깝다는 이미지가 본인 활동에는 늘 독이 됐다. 평양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도 출연 제안을 거절한 가수가 많았다"며 "일례로, 참 가슴 아픈 일인데 대통령 행사에 몇 번 초청해 역할을 잘해준 한 젊은 아티스트도 이번 판문점 1주년 행사 출연을 부탁했더니 간곡히 거절했다. 지난해 북한 관련 행사에 출연한 후 빨갱이 새끼라는 등 악플에 시달리며 상처를 받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가 우리만의 '반쪽 행사'로 끝난 데에는 "많이 아쉽다. 저는 마지막 곡이 연주될 때까지 어쩌면 북측 예술단이 내려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오늘이라도 북측에서 전문이 와 서울에서 '여름이 왔다' 공연을 하자고 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원 일 외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남북합작으로 '태양의 서커스' 같은 세계적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북 관련 행사를 하면서 기획자로서 북쪽에서 크게 매력적으로 느낀 콘텐츠가 두개다. 하나는 5만~6만명이 한 덩어리가 돼 펼친 집단체조, 또 하나는 기예(서커스)"라며 "북쪽 기예단의 기량과 남쪽의 기술 및 스토리텔링을 접목하는 거다. '태양의 서커스'가 1년에 여러 팀으로 나뉘어 전 세계 투어로 버는 수익이 BTS만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대북제재 또한 풀려야 가능한 일 아니냐'는 지적에는 "물론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은 북한에서 전향적으로 해보자고 할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