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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칸현장] '령희' 연제광 감독 "단편 영화계 봉준호? 과분합니다"(인터뷰)

(칸(프랑스)=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05-20 11:00 송고 | 2019-05-20 11:16 최종수정
연제광 감독 / 칸(프랑스)=정유진 기자 © 뉴스1
"김칫국은 냄새도 안 맡아서 괜찮아요."

싱글벙글 밝은 인상의 청년은 수상 가능성에 대해 말하자 "김칫국 싫다"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섹션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진출한 단편 '령희'의 연출자 연제광(29) 감독이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은 올해 전세계에서 2000개의 작품이 출품됐고, 그 중에서 17편만이 선택을 받았다.

15분짜리 단편 영화 '령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 과정 졸업작품이다. 올해 졸업한 연제광 감독은 이 '졸작'으로 칸영화제를 찾았다. 3년 전 전문사 선배인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이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을 받았을 때 연 감독도 '쇼트 필름 코너'를 통해 칸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초청작의 감독으로 오게 됐다.

"(확정 발표 날)그때 밥을 먹고 있다가 메일을 받았는데, 밥이 무슨 맛인지 모를 정도였어요. 바로 밥을 뚝딱 끝내버리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죠."
'령희' 스틸 컷 © 뉴스1
가족들에는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얘기했지만, 칸영화제 측이 제시한 '엠바고'(약속한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기로 하는 것) 때문에 지인과 동료들에게는 한동안 말을 아껴야 했다.

"몇년 전 불법 체류 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 떨어져 죽은 사건이 자살로 처리가 됐어요. 그 사람이 떨어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또 단속은 이어졌대요. 그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외갓집이 충청도의 시골인데, 거기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외갓집 주변 풍경과 불법 체류 노동자의 이야기를 합쳐 영화의 내용을 구상하게 됐어요."

'령희'는 취약 계층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잘 담긴 작품이다. 불법 체류 노동자인 령희가 단속반을 피해 도망가다 사고로 사망하지만, 친구인 홍매 외에는 누구도 그 죽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친구의 비극적인 죽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홍매는 결국 새벽부터 짐을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사건을 따라가는 영화의 시선은 관찰자적이다. 마지막 장면 외에는 클로즈업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화면을 풀샷 혹은 익스트림 풀샷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넓게 잡은 화면 속에는 충청도의 아름다운 풍광도 담겼다. 매우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영화지만 이처럼 서정적인 미장센에서 약자를 향한 연민의 정서가 묻어난다.
'령희' 포스터 © 뉴스1
연제광 감독은 영화를 최대한 윤리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의 후반부 나오는 동남아시아계 노동자들의 신이 혹시 '동남아 혐오' 메시지로 변질될까 카메라의 구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령희가 떨어져 죽는 장면 역시 지나치게 잔인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연극적으로 표현했다.

"제일 고생한 장면은 령희가 떨어지는 장면이에요. 안전 장치를 기준치의 2~3배는 해놓고, 찍기 전 실험도 해보고 했었어요. 생각보다 높은 데서 떨어지는 연기다 보니 테이크가 많이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영화는 총 1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배경인 공장은 외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시골 공장을 빌렸다. 처음 영화의 제목은 '홍매'였지만 최종적으로 '령희'가 됐다. 령희의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편이 더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연제광 감독 / 칸(프랑스)=정유진 기자 © 뉴스1
연제광 감독은 디테일한 연출과 사회비판적인 면 때문에 '단편 영화계의 봉준호가 아니냐'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이에 그는 "많이 덥다"며 민망해 했고, "그런 수식어 자체가 과분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한국 영화인으로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칸영화제에 오게 된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건 사실이다. 

"어딘가 모르게 든든해요. 다른 감독님보다 봉준호 감독님이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감회가 새롭달까요. 봉준호 감독님은 절 모르시겠지만 같이 칸에 왔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워요. (한국 감독 중에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은) 봉준호 감독님이죠. 누구나 봉준호 감독님이지 않을까요?"

시네파운데이션의 초청을 받기 전부터 연 감독은 장편 영화 데뷔를 준비 중이었다. 제목은 '서울의 밤'이다. 서울에서 발버둥치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란다. 이번에도 '령희'처럼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시네파운데이션 시상식은 23일(현지시간)에 열린다. 연제광 감독은 해맑은 표정으로 '김칫국을 마시지 않겠노라' 여러 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렸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다만 "영화에 담은 진심이 관객들에게 느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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