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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감독' 김기태, 씁쓸하게 KIA에서 퇴장…남긴 족적은 뚜렷

성적부진 책임지고 자진사퇴…박흥식 감독대행 체제
2017년 통합우승, 2016년부터 3년 연속 PS 진출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9-05-16 18:02 송고
김기태 KIA 타이거즈이 팀을 떠난다.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김기태 KIA 타이거즈이 팀을 떠난다.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결국 자진사퇴했다. 우승감독의 쓸쓸한 퇴장.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KIA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KIA는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김 감독이 이날 경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박흥식 퓨처스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다. 구단은 숙고 끝에 16일 김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다. 15일까지 KIA는 5연패 늪에 빠져 있는 상태로 순위는 13승1무29패로 최하위다.

김 감독은 "팀을 위해 책임 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면서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고,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 KIA는 수년 간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가을야구 무대는 딱 한 번 밖에 밟지 못했다. 2011년 4위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한 것이 전부였다.

특히 KIA는 김 감독의 부임 직전이던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8위에 그치며 '꼴찌 후보'로 전락했다. 그 때 KIA가 손을 내민 것이 바로 김 감독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을 통해 하위권 팀의 성공적인 리빌딩을 이끌었던 경험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2012년 LG 트윈스에서 처음 프로야구 감독으로 데뷔했다. 첫 해 7위에 머물렀지만 2년차 시즌이던 2013년 2위를 차지하며 LG를 11년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LG의 암흑기를 청산한 지도자가 바로 김 감독이다.

KIA에서도 김 감독은 첫 시즌이던 2015년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벌이다 7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2016년 5위에 오르며 팀을 5년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했다. 이어 2017년에는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2009년 이후 무려 8년만에 거머쥔 패권이었다.

2017년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기태 감독.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17년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기태 감독.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난해 역시 KIA는 5위로 가을야구를 치렀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그러나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와 타자들의 집단 슬러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이는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개성이 뚜렷한 지도자다. 남다른 언행으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KIA 지휘봉을 잡고서는 그라운드에 드러눕기도 했고, 룰 위반인 포수 뒤에 3루수를 세우는 시프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인터뷰 중에는 "그~, 저~, 뭐~"라는 입버릇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안겼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좋지 않은 성적을 스스로 견뎌내지 못하고 본인이 책임을 져야 직성이 풀린다. 2014년 LG에서도 시즌 초반 팀이 하위권에 머물자 구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진사퇴했다.

베테랑을 확실히 대우하는 것도 김 감독의 특징 중 하나다. 그런 김 감독에게 지난해 임창용과 불화설은 치명타가 됐다. 복합적인 이유로 시즌 종료 후 임창용이 방출되면서 KIA 팬들은 김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팬심을 잃은 가운데 팀 성적까지 좋지 않으면서 김 감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KIA는 2017년 통합우승 뒤 김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가 김 감독의 임기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팀을 떠나는 선택을 내렸다. 김 감독의 자진사퇴는 그의 성격을 잘 아는 많은 야구인들의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이기도 하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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