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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무죄'에 동반자살 부부 사건…1년만에 대법 유죄 확정

1·2심 무죄→대법 '성인지감수성' 결여 유죄취지 환송
파기환송심 "강간 유죄" 징역 4년6월…대법서 확정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9-04-16 11:29 송고 | 2019-04-16 11:36 최종수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이광호 기자

1심 재판부의 강간 무죄 판결이 나자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동반자살한 논산 30대 부부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실형이 확정됐다. 부부가 극단 선택을 한지 1년여 만이다. 

이 남성은 1·2심에서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으나, 대법원이 '성(性)인지 감수성' 결여 등을 들어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다시 열린 2심에서 강간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형량이 늘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39)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7년 4월 충남 계룡시 한 모텔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폭력조직 후배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한 혐의 등도 받았다.

1,2심은 박씨의 폭행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징역 1년6월, 2심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협박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각 선고했다.

1심은 당시 모텔 주차장 폐쇄회로(CC)TV에 박씨와 함께 찍힌 피해자 모습이 '강간 피해자 모습이라기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피고인 담배를 피우고 가정문제에 대해 대화도 나눴다는 피해자 진술 역시 강간당한 직후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등 '피해자다움'을 문제삼아 박씨의 강간 혐의를 무죄로 인정했다.

2심도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측면이 있대도, 실제 박씨가 피해자를 폭행·협박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해져 간음에 이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강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은 일관될뿐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라며 "해당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은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폭행 사건 심리를 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간 피해자의 대처양상은 피해자 성정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박씨 진술에 대해 "일관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경험칙상 납득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유·무죄 부분을 다시 판단해 박씨의 강간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4년6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을 선고했다.

2심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박씨 주장에 일관성이 떨어지고, 피해자가 스스로 모텔에 갔대도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박씨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두 번째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한편 피해자 부부는 1심이 박씨에게 '강간 무죄'를 선고하자 지난해 3월 전북 무주 한 캠핑장에서 '죽어서라도 복수하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함께 목숨을 끊었다.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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