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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우린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이해영의 '안익태 케이스'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9-03-22 08:49 송고 | 2019-03-22 09:10 최종수정
이해영의 '안익태 케이스'

도올 김용옥의 신간 '우린 너무 몰랐다'는 '해방정국과 제주 4·3, 여순민중항쟁의 진상'을 저자가 바라보는 역사적 관점에서 다시 파헤친 책이다. 노(老) 학자는 대부분 국민들이 '반란사건'으로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두 사건의 진실이 전혀 반대라고, 두 사건의 배후에는 권력욕에 사로잡혔던 독재자 이승만과 친일파가 있었다고 '절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건의 정확한 지칭은 역사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아직도 각양각색이다.
이는 해방 후 친일파를 징벌하기 위해 제헌의회에서 1948년 제정했던 '반민족행위처벌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친일파 경찰의 습격과 김구 암살, 국회프락치사건 등으로 와해됨으로써 친일파 징벌과 청산의 기회를 완전히 잃어버렸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오히려 반민특위가 국론분열의 원인'이었다고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농담이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카의 진담이 빛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몰랐던 것이 '제주 4·3과 여순민중항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로 시작되는 애국가(愛國歌)에 대해서도 너무 몰랐다. 이제 제대로 알아보자. 지금 우리가 부르는, 4절로 이뤄진 애국가는 법으로 지정한 공식 국가(國歌)가 아니다. 임시정부 때부터 사용이 허락돼 관습적으로 애국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애국가의 가사는 '작자미상'이다. 1907년 인근부터 여러 독립지사들의 집단지성으로 완성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독립지사들은 이 가사를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의 곡조에다 얹어서 부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왠말인가 가야만 하는가'로 시작하는 '석별의 정'이란 노래다.

그렇게 불리던 노래가 1935년 미국에서 활동하던 안익태라는 현대음악가가 지금의 애국가를 작곡해 이전의 가사를 얹어 발표했다. 올드랭사인 애국가와 별개로 '안익태 애국가'가 탄생했던 것이다. 임시정부는 이 애국가의 사용을 허락했지만 그렇다고 올드랭사인 애국가가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 해방 후 귀국한 임시정부 요인들은 여전히 올드랭사인 애국가를 합창했다. 그러다 극단적인 좌우이념투쟁과 이승만 대 김일성의 남북정권이 대립하던 소용돌이 속에서 북한이 1947년 새로운 애국가를 확정해 발표하자 남한 역시 1949년 제헌의회에 애국가 건이 상정됐다. 그러나 '통일이 될 때까지' 법정 공식 애국가 제정은 보류됐다. 때문에 관행적으로 '안익태 애국가'가 애국가의 자리를 차지해왔다.

문제는 일제시대 안익태라는, 흔하지 않던 현대음악가가 독일 등 유럽에 남겨놓은 행적이다. '안익태 케이스' 저자 이해영은 '에키타이 안(Ekitai Ahn)이란 이름을 썼던 안익태가 친 히틀러 나찌 인물에 나아가 일제의 정보원이었거나 나팔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나 정황'을 꼼꼼하게 파헤쳤다. 먼 유럽에 음악가 한 사람의 행적에 관심 둘 여유가 없었던 해방 후 어수선한 정국과 6·25전쟁을 거치며 '에키타이 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안익태로 (슬며시) 돌아왔다.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거기다 대통령 이승만과 박정희를 향한 찬양의 헌정으로 '문화훈장'까지 거머쥐면서 '안익태 애국가'는 더욱 공고해졌다. '안익태 애국가'의 정당성 논란이 지금까지 계속돼온 이유다. 이해영이 대안까지 제시하며 안익태를 문제 삼는 것은 '국가의 상징인 애국가의 양보할 수 없는 절대조건은 그것을 만든 이가 애국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 '안익태 케이스'의 '케이스'는 '경우, 사례'를 의미한다. 제목은 안익태 하나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와 유사한 경우와 사례들이 우리 역사 도처에 쓰레기처럼 널려있거나 독버섯처럼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史實)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는 것으로 읽힌다.

◇안익태 케이스 / 이해영 지음 / 삼인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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