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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기보다는 하나의 광경" 스퀴지로 그리는 제여란

몸의 궤적 고스란히 남은 캔버스 "몸이 제 원천"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9-03-08 16:05 송고 | 2019-03-11 13:43 최종수정
제여란, Usquam Nusquam, 2018, Oil on canvas, 200 x 200 cm - reserved.(313아트프로젝트 제공)

스퀴지(고무밀대)가 몸의 일부인 것처럼 이리저리 캔버스 위를 휘젓는다. 스퀴지의 움직임을 따라 색색의 물감들이 밀리고 엉키고 충돌하고 융합한다.

30여년간 스퀴지를 통한 다양한 시도로 자기만의 회화를 구축해온 제여란 작가의 '어디든, 어디도 아닌'(Usquam Nusquam)이다.

8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북구 313아트프로젝트에서 만난 제 작가는 "스퀴지는 몸 안에서 자유자재로 핸들링 하기가 다소 불편한 도구이지만 내 몸에 맞게 길들여서 자연스러운 상태까지 도구화시켜 운용한다. 신체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다소 불편한 확장"이라고 했다.

제여란은 전신의 움직임을 이용한 수행적 회화 작업을 펼쳐오며 기존의 추상 회화 사조에 통합되지 않는 자신만의 예술적 흐름을 이끌어왔다.

몸의 궤적이 고스란히 캔버스 위에 남는 만큼 작가는 만나는 내내 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다. "결국 그림은 몸이 하는 일이고 몸은 한순간도 평화롭지 않다. 제 원천의 가운데에 제 몸이 있고 몸을 떠나서는 말할 수가 없다."

제여란 작가가 8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제여란의 회화는 액션 페인팅에 기반하지만 일회적인 우연성을 담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작가가 감각하는 완전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페인팅 행위는 반복된다. 이 때문에 화면은 압도적인 밀도와 독자적인 시각 언어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하루도 안걸려서 그려내는 그림도 있지만 완성하는 데 10년 넘게 걸린 그림도 있다. 그림과 나와의 관계를 좋은 관계로 만들어야 하니까, 든든한 친구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 계절, 장마, 바람 같은 자연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은 받는다고 한다. "내 그림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그림이기보다는 하나의 광경이었으면 좋겠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보는 순간, 그 순간 보는 사람을 포박해서 머무르게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자신과 갓 전쟁을 치르고 나온 싱싱한 그림부터 오랜 세월 흐르면서 윤기가 사라지고 물감에 주름이 지고 먼지가 쌓인 그림까지 시간의 흥망성쇠가 자신의 그림에 그대로 남기를 바랐다.

제여란은 지난해 313아트프로젝트와 함께 아트 바젤 홍콩의인사이트(Insights)에 참여해 개인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는 4월10일까지.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