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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북미협상 결렬, 미-중 언론 해석 정반대

中언론 “시진핑의 승리” vs 美언론 “시 주석에 보내는 경고장”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3-03 08:46 송고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이에 대한 미국과 중국 언론의 해석은 정반대다.

중국 언론은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북한과 미국 모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시진핑 주석이 내심 미소 짓고 있다고 평가했고, 미국 언론은 미국은 언제든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며 막판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 SCMP “시진핑의 승리” : 범중화권 유력 영자지인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두고 시 주석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시진핑 주석의 '승리'라고 표현한 홍콩의 SCMP - SCMP 갈무리
시진핑 주석의 '승리'라고 표현한 홍콩의 SCMP - SCMP 갈무리
북미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막판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북미회담 결렬은 큰 호재다. 미국은 북미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에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 폭스뉴스 “시진핑에 보내는 경고” : 이에 비해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언제든 협상장에서 나올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며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고위 관리는 폭스뉴스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북미회담을 미국과 무역 협상의 시험대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며 "미국이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북한에 많은 것을 양보했더라면 중국 협상단은 무역협상에서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회담을 통해 중국과 무역협상도 '나쁜 합의'로 흘러간다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진핑 주석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제목 - 폭스뉴스 갈무리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제목 - 폭스뉴스 갈무리
과연 어느 나라 언론의 해석이 정확할까? 제3자, 즉 한국의 시각에서 중립적으로 평가해보자. 참고로 홍콩의 SCMP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중립적 매체이고, 폭스뉴스는 미국의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극우 매체다.

◇ 증시는 정치·경제 사건의 바로미터 : 북미회담 협상 결렬의 충격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증시다. 증시는 정치 경제의 모든 소재를 소화해 지수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북미 협상이 결렬되자 1일 미국 증시는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3대 지수가 모두 0.2%정도 하락했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28일 코스닥이 2.78%, 코스피가 1.76% 급락했다. 한국 증시는 회담 결렬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미국 증시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미국 증시가 연일 하락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지난해 12월 미국증시는 미중무역전쟁 격화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12월을 보냈다. 특히 S&P500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폭락, 공식적인 하락장에 진입했었다. 

◇ 美증시 북핵은 둔감하게, 무역전쟁은 민감하게 반응 : 미국 증시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둔감하게, 미중 무역전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의 위협’인데 비해 북핵은 ‘미래의 위협’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미국 대륙까지 날아가는 발사체(ICBM)를 완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미국까지 날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ICBM이 지상 표적을 타격하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핵심이다.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 밖으로 나간 탄두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정확하게 표적에 떨어지게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기술을 완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ICBM은 위협용 또는 협상용일 뿐이다. 만약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폭탄을 터트린다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같은 자살행위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북핵을 당면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은 다르다. 지난해 12월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만약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다면 미국증시는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 한 달 후면 판가름 : 결국 북미협상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내는 경고라기보다는 시 주석에게 북한 카드를 계속 보유할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미협상의 결렬을 어느 나라 매체가 더 정확히 분석했는지 지켜보는 것도 미중 패권전쟁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약 한 달 후면 성적표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3월 말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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