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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호적 고쳐 정년 3년 늘린 어느 공무원의 사연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19-02-28 15:10 송고 | 2019-02-28 15:38 최종수정
박세진 기자© 뉴스1
한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별일 없느냐?"고.

근데 목소리 톤이 달랐다.

평소와 다르게 다소 은밀한, 속삭임 같은 느낌.

바로 촉이 왔다. '아~ 뭐가 있구나!'

"소주 한 잔 할까요?" 낚시 밥을 던졌다.

공무원이 쭈뼛쭈뼛 털어놓은 얘기는 의외였다.

어떤 공무원(A씨)이 나이를 3년 낮춰 정년을 3년 연장시켰다는 것이다.

A씨는 2년 뒤 정년퇴직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연말, 나이 정정 법원 판결문과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사항 기본 증명서, 인사기록 변경 신청서 등을 소속기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정년이 3년 늘어난 것이다.

희한하게도 또다른 공무원 2명도 같은 내용의 제보를 각자 했다.

공무원 3명의 푸념은 일치했다.

"후배 공무원들이 시끄럽다. 공무원은 통상 정년 1년을 남기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따라서 A씨는 1년 뒤면 사실상 퇴직이다. A씨의 퇴직으로 승진요인이 생기면서 승진을 기대했던 공무원들이 수군거린다."

"A씨 부모가 낳지도 않은(3년 뒤에 태어날 것을 어찌 알고)A씨를 출생신고했다는 말이냐? 그렇담 A씨는 4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건데 말이 되느냐? 사실이라면 진작에 호적을 고치지, 왜 정년이 다 돼서야 고치냐?"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나이를 고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 정정은 두 종류다.

지금 나이보다 더 올리는 사람과 더 낮추는 사람.

나이를 올리는 사람은 국민연금과 노령연금 수령 등 복지혜택을 앞당겨 받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은 나이가 많아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나이를 올린다.  

반면 A씨처럼 나이를 낮추는 사람은 직장의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평균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50~60대에게 호적상 나이는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다.

특히 '정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직사회에서는 '정년 연장'이 그 어떤 것보다 큰 혜택이다. '철밥통'이 연장되고 승진 기회도 생길 수 있다. 3년동안 '덤'으로 받는 연봉도 만만찮다.  

A씨를 만났다.

그의 사연을 듣고 이해가 됐다.

"시골 출신이라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세살 많은 형 호적으로 등록돼 평생을 형 호적으로 살아왔다. 또래보다 세살이나 어린 나이에 학교와 군대, 사회생활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오래전부터 호적 정정을 하려 했으나 시간과 비용 문제로 미뤄졌다. 최근 들어 호적 고치기가 쉬워져 지난 연말에 법원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3년이나 나이를 늦췄으니,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공직사회에서 민감한 소문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문제다.

더더구나 개인의 집안 내력이나 속 사정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근거없는 억측도 금물이다.

하지만 A씨는, 자신에 대한 수군거림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A씨에 대한 억측은 곧 사그러 들 것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A씨가 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 진 '3년의 빚'을 제대로 갚았으면 좋겠다.

본분에 더 충실하면서 선후배 인화에 몸 던지며 모범을 보이는 것, 그것 아니겠는가 싶다.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