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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알쓸오잡 : 서버, 렌더러, 플레이어, 컨트롤러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9-02-24 10:30 송고
필자의 맥북에어에서 룬(타이달)을 실행한 화면
필자의 맥북에어에서 룬(타이달)을 실행한 화면

오디오에서도 점점 말이 복잡하고 어려우며 세분화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서야 감을 잡은 서버(Server), 렌더러(Renderer), 플레이어(Player), 컨트롤러(Controller) 개념이 대표적이다. 죄다 영어인 이 단어들에 막혀 즐거운 음악&오디오 생활을 망치신 선량한 애호가들을 위해 핵심을 정리해봤다. 일종의 알쓸오잡(알아두면 쓸데있는 오디오 잡학사전)이다. 

일단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빗대 이들 4인방을 표현하면 이렇다. 서버는 가진 놈, 렌더러는 주는 놈, 플레이어는 받는 놈, 컨트롤러는 시키는 놈. 사실 이들 앞에는 모두 '미디어'가 들어간다. 즉 음악이나 영상 등 컨텐츠를 가진 미디어 서버, 이들 컨텐츠를 플레이어에게 건네주는 미디어 렌더러, 렌더러에서 컨텐츠를 받아 재생하는 미디어 플레이어,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일을 시키는 미디어 컨트롤러인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예전 CD 플레이어 한 대로 음악을 들을 때도 이 서버, 렌더러, 플레이어, 컨트롤러 개념이 있었다. CD가 음악 컨텐츠가 담긴 서버, 이 정보를 읽어들이는 CD픽업 시스템이 렌더러, 이 정보를 받아 아날로그 신호로 변화시키는 내장 DAC이 플레이어, 리모컨이 컨트롤러였던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크롬캐스트도 스마트폰 앱이 컨트롤러, 해당 컨텐츠 제공자가 서버, 크롬캐스트가 렌더러, 크롬캐스트가 연결된 오디오나 TV가 플레이어가 된다. 

이제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주로 타이달(Tidal)과 코부즈(Qobuz), 멜론(Melon)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 저장 디지털 음원이나 CD, LP로도 듣지만 8할은 이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편리하고 음질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소 CD 수준인 16비트/44.1kHz 스펙의 음질을 보장하고, 월정액을 좀더 내면 24비트 고해상도 음원까지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타이달 앱에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스페이스 카우보이'(Space Cowboy)를 재생하면 내장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온다. 이때 미디어 서버는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한 타이달, 렌더러와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컨트롤러는 타이달 앱이다. 렌더러와 플레이어가 한 몸체에 담긴 것이다. 만약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 스마트폰 저장 음원을 듣는다면, 서버와 렌더러, 플레이어가 모두 스마트폰이 된다.
타이달 음원을 들을 때의 흐름도. 소스(서버), 렌더러(솜 sMS-200), 플레이어(마이텍 Manhattan II DAC) 순서다.
타이달 음원을 들을 때의 흐름도. 소스(서버), 렌더러(솜 sMS-200), 플레이어(마이텍 Manhattan II DAC) 순서다.

이번에는 별도로 분리된 렌더러와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경우다. 필자가 집에서 앰프와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는데, 렌더러는 솜(SOtM)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sMS-200', 플레이어는 마이텍(Mytek)의 DAC 겸 프리앰프 'Mahattan II DAC'이다. 그리고 둘은 USB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렌더러는 태생이 '주는' 놈이기 때문에 반드시 출력단이 있어야 하고, 플레이어는 '받는' 놈이기 때문에 반드시 입력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둘은 반드시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버와 컨트롤러는 2가지 경우로 나뉜다. 인터넷 기반 재생 소프트웨어 룬(Roon)을 이용할 때와 소니 삼성 등 가전/IT 메이커들이 주창한 기기간 연결 솔루션 UPnP/DLNA를 이용할 때다. 룬은 연간 이용금액을 내고 자신의 노트북이나 PC, 또는 전용 룬 코어(core)에 룬 서버 프로그램을 깔면 된다. UPnP/DLNA는 스마트폰에 버블유피앤피 같은 전용 앱을 오케이. 물론 두 경우 모두 렌더러가 룬과 UPnP/DLNA를 지원해야 한다. sMS-200의 경우 다행히 모두 지원한다. 

우선 룬을 이용할 때 서버는 필자의 맥북에어이고, 컨트롤러는 맥북에어에 깔아놓은 룬 앱 혹은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룬 리모트 앱이 된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룬 리모트 앱에서 선택하면, 서버인 맥북에어와 연동된 클라우드 타이달 서버가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랜선을 통해 렌더러인 sMS-200에게 건네주고, sMS-200은 이를 USB 케이블을 통해 플레이어인 맨하탄 2에게 쏴주는 흐름이다. 이 흐름이 가능하려면 스마트폰과 맥북에어, sMS-200은 동일 유무선 네트워크에 있어야 한다.

UPnP/DLNA는 룬을 이용할 때보다 간편하다. 왜냐하면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버블유피앤피 앱에서 선택하면, 이 앱과 와이파이로 연결된 타이달 클라우드 서버가 이 곡을 랜선을 통해 직접 렌더러인 sMS-200에 쏴주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버블유피앤피 앱에서 타이달을 활성화시키고 렌더러로 sMS-200을 지정해줘야 한다. 룬을 이용할 때 서버로서 꼭 필요했던 맥북에어를 꺼도 되는 점이 포인트다. 

이렇게 서버와 렌더러, 플레이어, 컨트롤러의 개념을 알게 되면 왜 이 복잡한 시스템을 거친 UPnP나 룬 재생이 블루투스보다 음질이 좋은지 저절로 설명이 된다. 또 플레이어에 표시창이 있을 경우 어떻게 앨범 재킷사진까지 뜨게 되는지도 설명이 된다.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스마트폰에서 직접 와이파이로 렌더러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타이달 서버에 있던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랜선을 타고 렌더러에 왔기 때문에 음질도 좋고 사진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거들 뿐이다. 

이에 비해 블루투스나 에어플레이는 '무선'을 통해 스마트폰(서버 겸 렌더러)이 플레이어에 음악을 쏴주기 때문에 유선에 비해 정보량에서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크롬캐스트의 경우 크롬캐스트 동글이나 빌트인이 해당 서버에서 직접 음악을 가져와 플레이어에 건네주는 렌더러 역할을 하지만, 서버에서 유선 랜이 아닌 와이파이로 음악을 받는 점이 차이다. 일부 애호가들이 와이파이 기반인 크롬캐스트의 음질을 높이기 위해 별도 이더넷 어댑터를 채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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