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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귀가 행복해지는 2019 그래미어워드 앨범 5선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9-02-18 08:42 송고
2019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골든 아워’
2019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골든 아워’

2002년에 나온 노라 존스의 '컴 어웨이 위쓰 미'(Come Away with Me)는 지금도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이 즐겨 듣는 여성보컬 앨범이다. 무엇보다 들으면 저절로 힐링되는 듯한 노라 존스의 따뜻한 목소리가 2001년 9.11 테러로 가슴에 큰 상처를 받은 미국인들을 다독거렸다. 2003년 그래미 어워드가 이 앨범에 올해의 앨범상과 팝보컬 앨범상, 수록곡인 '돈 노 와이'(Don’t Know Why)'에 올해의 레코드상과 여성팝보컬 퍼포먼스상을 안긴 이유 중 하나다. 

올해로 61회째를 맞은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이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치러졌다. 컨트리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골든 아워'(Golden Hour)가 올해의 앨범상과 컨트리앨범상 등 4관왕, 래퍼 차일디시 감비노의 '디스 이즈 어메리카'(This Is America)가 올해의 레코드상과 노래상 등 역시 4관왕에 오른 게 최대 이슈다. 올해 그래미상 수상작 중에서 오디오파일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앨범 5장을 골라봤다. 개인적으로 귀가 행복하고 가슴이 뛴 앨범들이다. 
우선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골든 아워'다. 첫 곡 'Slow Burn'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달콤 그 자체인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목소리를 들을 때부터 '이 앨범이다' 싶다. 베스트 컨트리송을 수상한 '스페이스 카우보이'(Space Cowboy)는 키보드, 베스트 컨트리 솔로 퍼포먼스상을 받은 '버터플라이즈'(Butterflies)는 밴조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트랙. 이들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몽롱하게 아른거려 듣는 이를 환장케 한다. 녹음과 마스터링도 '당연히' 잘 됐다. '하이 호스'(High Horse)와 '골든 아워'(Golden Hour)도 추천곡. 이 앨범은 2018년 3월 발매 당시 음악전문지 피치포크에서 8.7점, 가디언에서 최고점인 별 5개를 받았다.

베스트 재즈보컬 앨범상을 수상한 세실 맥로린 샐번트의 '더 윈도우'(The Window)는 현대 재즈보컬 녹음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앨범이 입에서 살살 녹는 조각 케이크라면, '더 윈도우' 앨범은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오래도록 남는 평양냉면 같다. 거의 전곡에 등장하는 설리반 포트너의 피아노는 이 앨범의 또다른 주인공. 보컬과 피아노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데, 피아노의 표정이 정말 풍부하다. 한편 1989년생인 세실 맥로린 샐번트는 저음 파트의 음색과 창법에서 대선배인 사라 본이 연상되는 점이 반갑다. 그녀는 앞서 '포 원 투 러브'(For One to Love)로 2016년 그래미에서도 재즈보컬상을 받았다. 

악기연주의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앨범으로는 웨인 쇼터의 'EMANON'(베스트 재즈 인스트루멘탈 앨범상)과 제임스 에네스의 '커니스 바이올린 협주곡'(베스트 클래식 인스트루멘탈 솔로상)이 돋보인다. CD 3장으로 발매된 웨인 쇼터 앨범 중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첫번째 CD보다는 라이브 재즈 실황인 세번째 CD가 더욱 귀에 감기는 편. 대표적인 곡이 13분6초짜리 '로터스'(Lotus)다. 거장의 숨결과 연주자들의 내공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커니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 시대 캐나다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와 현대 대표 클래식 작곡가 애런 제이 커니스가 만났다는 점에서 소장할 만하다. 다른 것 다 떠나 인간계를 초월한 듯한 바이올린 솔로 연주가 기막히다.
개인적으로 수상이 당연하다고 여긴 앨범은 클래식 부문 베스트 엔지니어링상을 받은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7번'이다. 4번 교향곡은 2018년 3,4월, 11번 교향곡은 2018년 9,10월 미국 보스톤심포니홀에서 녹음됐는데, 여린 음들까지 살뜰하게 포착한 레코딩 엔지니어 니콜라스 스퀴어와 마스터링 엔지니어 팀 마틴의 실력이 빛난다. 음들이 아주 가늘게 슬라이스돼 스피커로부터 빠져나오는 모습, 예의 팀파니를 적재적소에 쓰는 쇼스타코비치의 강철같은 템포감을 잘 살린 BSO의 연주가 감격스럽다. 이 앨범은 베스트 오케스트라 퍼포먼스상도 받았다. 지난 2016년에 나온 넬슨스&BSO 콤비의 '쇼스타코비치 5,8,9번' 역시 필자의 애청 앨범 중 하나다.  

이밖에 베스트 팝보컬 앨범상을 수상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스위트너'(Sweetener), 베스트 챔버뮤직/소규모 앙상블 퍼포먼상을 수상한 로리 앤더슨과 크로노스 콰르텟의 '랜드폴'(Landfall), 베스트 합창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더 크로싱의 '질럿 캔티클즈'(Zealot Canticles), 비클래식 부문 베스트 엔지니어링 앨범상을 수상한 벡의 '컬러즈'(Colors)도 오디오적 쾌감이 돋보이는 앨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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