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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법관 블랙리스트' 31명 불이익…제식구 비위 은폐

2013~2017년 '물의야기' 법관에 문책성 인사조치
사법행정 추진 차질 우려…향응수수 등 비위는 숨겨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2019-02-11 16:45 송고 | 2019-02-11 17:19 최종수정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양승태 사법부는 사법행정을 비판하고 사회 현안에 관한 목소리를 낸 법관에겐 문책성 인사조치를 내린 반면, 법관들의 비위는 은폐·축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양승태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을 비판하거나 부담을 준 법관들에게 문책성 인사조치를 단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은 2013~2017년 매년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들에게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부담을 준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에 포함하도록 했다.

물의야기 법관 명단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에 오른 판사는 △2013년 2명 △2014년 4명 △2015년 6명 △2016년 12명 △2017년 7명 등 총 31명이다. 양승태 사법부는 이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조치를 검토하거나 부정적 인사정보를 소속 법원장에게 통보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내부망(코트넷) 게시판에 한미FTA 관련 TFT(태스크포스팀) 설치 청원글을 올린 김모 판사와 SNS계정에 한미FTA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최모 판사도 2012년 2월 정기인사에서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은 이들의 최선호 희망 임지를 원천 배제하고 인사원칙에 반하는 인사조치를 단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선 △코트넷 게시판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김모 판사 △코트넷 게시판에 대법관 임명 제청 관련 비판글을 올린 송모 판사 △코트넷 게시판에 사법정책 비판글을 게시한 유모 판사 △국회 농성 당직자들의 퇴거불응 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마모 판사가 문책성 인사 대상이 됐다.

2016년 2월 정기인사에선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문모 판사 △코트넷 게시판에 대법원 사법행정을 비판한 성모 판사가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했다.

2015년 정기인사에서 부당한 인사를 당했던 송 판사는 2017년 2월 정기인사에서도 전국 법관 설문조사를 통해 대법관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최선호 희망임지를 원천 배제당하는 등 두번째로 문책성 인사조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처장은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에 대해 2015년 7월 정상적 지원을 중단하고 고립시켜 사실상 와해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법원 밖에 개설된 '이판사판야단법석'이란 인터넷 카페에 익명으로 사법행정 비판글이 올라오자 카페 폐쇄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등 혐의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처장은 법관 비위에 따른 사법부의 위신이 떨어져 사법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부산고법의 문모 판사의 재판에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5년 9월 문 판사의 향응 수수 비위를 확인하고도 징계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은폐했다. 이듬해 9월에는 언론보도 무마, 관련 업자 재판 관여, 엘시티 연루 의혹 등 추가 비위를 파악했지만 대법원이 앞서 비위를 은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우려해 징계 조치 없이 다시 이를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11월에는 부산고등법원장을 통해 업자 뇌물 사건을 맡고 있던 재판장에게 변론을 재개하고, 문 판사 사직 이후 선고를 하도록 요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6년 5~9월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에는 관련 법관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의 법관 비위 관련 진술 등 수사기밀과 수사보고서 사본을 입수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발굴해 법관 비리 수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게 하고, 검찰 지휘부를 압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처장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현직 부장판사 7명의 '가족 명단과 가족의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대법원 인사관리시스템에서 빼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법관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고자 임 전 처장이 영장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ku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