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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계명구도(鷄鳴狗盜)와 스카이 캐슬

임현주의 '브레인 스포츠'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9-02-08 08:48 송고
임현주의 '브레인 스포츠'

계명구도(鷄鳴狗盜)란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맹상군열전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옛날 중국 제나라의 맹상군이 진나라에 갔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닭 울음 소리를 기막히게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내며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 덕분에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는 고사다. 개똥도 약에 쓰일 데가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재주나 능력, 적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하찮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상인들이 매출 감소 때문에 끝나기만 기다렸다는 TV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은 부자들이 모여 사는 대저택과 소위 명문대를 상징하는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뜻을 교묘하게 중복시킨 것으로 보인다. 어려서부터 부모에 의해 명문대 입시에 강제 올인을 당하다 결국은 '나의 길을 간다'로 귀결되는 드라마의 메시지 역시 '사람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있다'는 계명구도의 뜻이 담겼다. 신년 초 암 투병 중임을 밝혀 충격을 주었던 이어령 교수의 "세상에 천재 아닌 사람 없다. 모든 사람이 천재로 태어났고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360명이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부터 360등까지 순서가 정해진다. 그러나 각자의 방향으로 뛰면 360명이 다 1등이 된다"는 가르침 역시 울림이 크다. 그러나 현실은 울림만 클 뿐 입시지옥은 여전하다.

지금의 아이들과 달리 중장년 층 이상, 특히 남자들의 경우 많은 이들이 바둑, 장기를 조금이라도 둘 줄 안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대에 학교 다니며 성장했던 그들에게 '머리를 쥐어짜며 노는 오락'으로 바둑, 장기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필자에게 초등학생 때 얇고 작은 나무판자로 삼각형, 직사각형, 기역(ㄱ) 자, 화살표 등의 모양을 본뜬 장난감이 생겼다. 각 조각을 이어 붙여 집이나 동물 등 여러 모양을 만드는 일종의 조립식 블록이었는데 손때가 묻어 검은 색으로 변할 정도로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모르긴 해도 바둑, 장기와 그 조립식 장난감 등이 어린 필자의 두뇌성장에 다분히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아이 미래 경쟁력-브레인 스포츠'는 "레고 브랜드로 대표 되는 조립식 블록과 서양식 장기라고 일컫는 체스로 아이를 맘껏 놀게 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와 소통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더 나은 결과'는 책에 나와 있다. 조립식 블록이라니 그저 몇몇 모양을 만드는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장된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까지 조립한다. 체스 역시 바둑보다 먼저 인공지능(AI) 프로그램과 인간이 대결했던 종목이었을 만큼 두뇌 싸움이 치열한 놀이이자 게임이다.

저자는 '2018년 하반기 골드만삭스, 유니레버 등 해외 유명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1차 면접을 인공지능에게 맡겼다는 뉴스는 급변하는 시대상황을 절감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제 교육방식도 거기에 발맞춰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꼭 맞는 말이다. 의사, 판사 같은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급변할지 감도 못 잡는 부모 시대의 눈과 잣대를 들이댈 상황이 절대 아닌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삶의 방식이 급변했던, 가까운 과거에 "인터넷 이후에 뭔가가 또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했던 한 전문가의 말이 생생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인공지능(AI)이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다만, 브레인 스포츠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강요의 스트레스 과목으로 둔갑될까 살짝 걱정이 된다.

◇우리 아이 미래 경쟁력-브레인 스포츠 / 임현주 지음 / 다차원북스 펴냄 / 1만68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