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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렌즈공장 가보니…장인들 손끝에서 명품렌즈 탄생

30~40년 근무한 렌즈장인들 수두룩…"기계 대체 안돼"

(나가노(일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01-20 12:00 송고 | 2019-01-20 13:56 최종수정
이마이 유타카 나가노올림푸스주식회사 제조3부 과장(장인)이 현미경 조정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올림푸스 제공)© 뉴스1
이마이 유타카 나가노올림푸스주식회사 제조3부 과장(장인)이 현미경 조정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올림푸스 제공)© 뉴스1

"숙련되지 않은 일반인은 쉽게 할 수 없습니다. 30~40년간 경험을 쌓아온 '장인'(고도기능장)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지난 16일 일본 나가노현 가미이나군 다쓰노마치에 위치한 올림푸스 대물렌즈 제조공장에서 현미경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물렌즈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광경을 뚫어져라 지켜보던 기자에게 다나카 다케히로 나가노올림푸스 대표가 던진 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대물렌즈를 조립하는 과정은 여전히 장인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물렌즈는 렌즈 형태로 유리를 자르는 '성형', 표면을 깎는 '연마', 빛 투과율을 높이는 '코팅', 육안검사와 빛검사 등을 통한 '최종점검' 순으로 작업해 제품을 완성한다. 광학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연마에서 코팅 작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이뤄지는 '조정'이다. 조정은 7개로 포개진 렌즈를 금형 틀에 넣고 광축을 맞추는 과정으로 '센터링'으로 불린다.

장인들은 현미경에 대물렌즈를 연결해 빛이 새어나오는 아주 작은 여러 개의 구멍 '핀홀'을 보며 센터링을 진행한다. 광축이 맞지 않으면 핀홀에 꼬리가 있는 것처럼 빛이 새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장인들은 렌즈옆의 아주 작은 구멍에 가느다란 '핀'을 꽂고 핀의 끝부분을 '드라이버'로 톡톡 치면서 렌즈위치를 조정한다. 수십번 치는 과정으로 센터링을 마치면 핀홀은 선명한 수성과 같은 형태로 보인다.

기자가 직접 센터링을 해보니 한두번 치는 작업으로는 광축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조금만 힘이 더 들어가도 빛이 새나오는 위치가 계속 바뀌었다. 4~5분이나 센터링을 해보겠다고 끙끙 거렸지만 결국 광축은 맞추지 못했다. 기자가 실패하자, 40여년 경력자 이마이 유타카 나가노올림푸스 제조3부 과장이 그 자리에 앉아 2분만에 센터링 작업을 마쳤다.
이마이 과장은 하루에 30개 이상의 광축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센터링 작업은 일부 기계가 가능하도록 디지털화(자동화)됐지만 기계가 광축을 맞추는데 걸리는 시간은 8~10분이다. 게다가 2분만에 광축을 맞추는 장인보다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

렌즈 연마 분야 경력 42년 고도기능자 하라 가즈이치 씨.(올림푸스 제공)© 뉴스1
렌즈 연마 분야 경력 42년 고도기능자 하라 가즈이치 씨.(올림푸스 제공)© 뉴스1

사실 2분만에 센터링을 끝낸 이마이 과장도 최고의 장인은 아니라고 했다. 최고 기술을 가진 '고도기능장'은 5명뿐이다. 이들은 모두 산업훈장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마이 과장은 고도기능장 바로 밑의 레벨로, 올림푸스에 8명이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렌즈연마 고도기능장 하라 가즈이치씨는 "42년째 일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이 렌즈공장에서 만들어진 현미경들은 주로 과학, 의학, 산업 분야에서 쓰인다. 올림푸스가 생물현미경과 산업현미경 분야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각각 50%와 4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장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 이를 일찌감치 인식한 올림푸스는 고도기능자들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맨투맨 체험 등 각종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타 마사키 올림푸스 과학제조본부 과학생산본부장은 "현미경 대물렌즈가 전부 자동화돼도 장인들은 필요할 것"이라며 "그때는 더 고도화된 장인들의 기술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고도기능자가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도기능자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나카 대표는 "디지털화된다고 장인들이 필요없지 않다"면서 "현장의 뛰어난 기술을 이용해 고성능을 추구해서 다시 축적된 기술을 디지털화하는 사이클로 제조기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장인 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앞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빛까지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나가노현 가미이나군 다쓰노마치 위치한 올림푸스 대물렌즈 제조공장 연구진 모습.(올림푸스 제공)© 뉴스1
일본 나가노현 가미이나군 다쓰노마치 위치한 올림푸스 대물렌즈 제조공장 연구진 모습.(올림푸스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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