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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황선홍 시작도 전에…한국 축구지도자 중국 진출 잔혹사

톈진 최강희 감독, 남기도 떠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
옌벤 황선홍 감독, '파산설' 속에서 불안한 시즌 준비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1-18 11:48 송고
팬들의 환대를 받으며 중국무대에 도전한 최강희 감독이 진톼양란에 빠졌다. © News1 문요한 기자
팬들의 환대를 받으며 중국무대에 도전한 최강희 감독이 진톼양란에 빠졌다. © News1 문요한 기자

K리그에 큰 획을 그은 최강희 전 전북현대 감독이 중국으로 향할 때, 단언컨대 이런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보다 최 감독 스스로 이런 시나리오는 머리에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야심찬 도전에 나섰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일이 엉키고 꼬이고 있다.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역시 대륙을 찾은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한국 축구지도자들의 중국 진출 잔혹사가 이상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지난 16일 최근 톈진 텐하이(전 텐진 취안젠) 구단이 최강희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비롯해 현지 언론들은 톈진 구단과 최 감독 사이의 이상기류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아직 구단에서, 또 최강희 감독의 입을 통한 공식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그림에서 틀어진 것은 사실이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 말 톈진 구단과 연간 약 80억원 이상을 받는 조건으로 3년 계약을 맺었다. 당시 구단의 이름은 톈진 취안젠. 취안젠 그룹이 모기업인 클럽이었다. 시쳇말로 '빵빵한' 지원을 보장받고 성사된 계약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그리고 연초까지 이어진 폭풍에 취안젠 그룹이 휘청거렸다. 항암 제품 효과를 허위 광고했다는 의혹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그룹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 18명이 구속되면서 사실상 그룹이 공중분해됐다.

취안젠 그룹이 붕괴되면서 모든 것이 백지화됐다. 당장 축구단은 해체되지 않았지만 구단 운영 주체가 톈진시 체육국으로 변경됐다. 그래서 구단 이름도 톈진 취안젠에서 톈진 텐하이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재정이 넉넉했던 기업구단이 졸지에 시민구단으로 바뀐 셈이다. 애초 약속된 구단 운영비와 최 감독과 한국인 코치들에게 보장됐던 연봉도 물거품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던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급히 건너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 중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훈련은 박건하 코치 등 다른 코치들이 진행 중이고, 최강희 감독은 톈진에 있다"고 귀띔했다.

지금 상황에서 구단과 최강희 감독 사이의 계약관계나 향후 전망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최 감독을 비롯한 당사자 정도라는 전언이다. 그만큼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관계자는 "구단이 계약해지를 요구한다는 말이 있으나 구단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다. FIFA 제소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조건이 처음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강희 감독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계약조건이 나빠지는 것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톈진 구단이 운영비를 크게 줄였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선수들을 팔고 있다. 내부 선수들의 동요도 심한 것으로 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팀을 이끌고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다는 것도 곤혹이다. 때문에 최 감독이 팀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미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무작정 직장을 뛰쳐나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옌볜의 황선홍 감독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옌볜의 황선홍 감독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옌볜 푸더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도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달 초 중국 언론들은 구단의 모기업 푸더 그룹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옌볜 푸더 구단이 파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애초 파산설이 나올 때와 비교하면 다소 잠잠해진 상태이고 관계자들은 "구단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황 감독은 선수단을 이끌고 태국에서 전지훈련도 실시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지도자들이 중국에서 홍역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대표적인 젊은 지도자 홍명보 감독과 최용수 감독이 애초의 계약조건과 달리 중도에 물러났다.

2016년 여름 FC서울을 떠나 장쑤 쑤닝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용수 감독은 1년 만인 2017년 6월 계약해지됐다. 첫 시즌 정규리그 2위, 중국 FA컵 준우승을 이끌 때만해도 안팎의 신뢰가 대단했으나 6개월 뒤 구단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

갑급리그(2부) 항저위 뤼청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도 그보다 앞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애초 항저우는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모든 운영을 홍 감독에게 맡겨 미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구단은 점점 선수 선발과 팀 운영까지 간섭했고 결국 홍 감독 스스로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과거 '충칭의 별'이라 불리던 이장수 감독의 성공 스토리가 있으나 그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좋은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최강희 감독과 황선홍 감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이후 전개를 섣불리 재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맥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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